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 칼리드 공항에 도착 직후, 모하마드 빈 압둘라만 빈 압둘아지즈 부주지사와 공항 내 접견실에서 환담하고 있다./사진=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 칼리드 공항에 도착 직후, 모하마드 빈 압둘라만 빈 압둘아지즈 부주지사와 공항 내 접견실에서 환담하고 있다./사진=김범준 기자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사우디아라비아 일간지 알 리야드(Al Riyadh)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의 잠재력과 한국의 기술을 결합하면 상호보완적인 협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한국은 사우디의 ‘비전 2030’실현을 위한 중점 협력 국가로 건설-인프라 분야뿐만 아니라, 에너지, 투자,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양국은 전통적인 에너지 협력이나 자원 수출입 관계를 넘어, 플랜트 건설, 수소 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사우디에서 한국 K팝과 같은 한국의 예술과 공연, 드라마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고, 작년 9월에는 사우디 내 최초로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이 개설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리야드 시내의 사우디 내무부 청사가 바로 한국 기업(현대건설)이 건설한 건물"이라며 "사우디가 ‘네옴’과 같은 신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에도 한국 기업이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우호관계를 강조했다. 사우디는 우리 전체 해외 건설 수주액의 20% 가까이 차지하는 최대 건설 수주 시장이고, 지난해 11월 방한 이후 이 분야 협력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 및 오찬 등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회담에서는 지난해 11월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해 체결한 양해각서(MOU)와 계약의 후속 조치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양국은 청정에너지, 석유화학, 스마트팜, 바이오 등에서 290억달러(약 39조원) 규모 계약과 MOU를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은 (11월 방한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양국의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고 협력 사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실질적 성과가 이어지도록 긴밀히 협력해나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순방에 한국 주요 기업 130여개사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함께 사우디를 방문한다"며 "양국 기업 간 더 많은 협력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사우디가 우방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추진중인 '비전 2030'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비전2030은 석유 중심 국가 경제에서 탈피하겠다며 미래 성장 전략을 담은 프로젝트다.

윤 대통령은 "양국은 에너지 협력이나 자원 수출입 관계를 넘어 플랜트 건설, 수소 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다각화해 나가고 있다"며 "새로운 협력 분야를 개척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 신성장 분야 투자와 함께 방산 협력, 문화교류와 관광, 인적교류 분야에서도 협력이 확대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한국이 원전·수소 등 고효율 무탄소 에너지를 폭넓게 활용하면서 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CCUS)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기후변화 시대에 질 좋은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데 필요한 스마트팜 기술을 보급하는 데에도 양국이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밖에 북한 문제을 비롯한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등과 관련한 평화 기여 방안 등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언급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안보의 불안정성이 심화하는 있다"며 "이번 회담은 양국이 세계 평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함께 기여할지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자 2024∼202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이라며 "다양한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해 국제 및 역내 주요 플레이어인 사우디와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북한와 관련해서는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군사협력을 논의한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러북 군사협력은 대한민국과 우크라이나 안보에 대한 도발일 뿐 아니라 안보리 결의를 의결한 유엔과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핵탄두를 탑재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세계 주요 도시를 타격할 수 있으며 이는 세계 모든 나라의 평화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며 "사우디가 국제 무대에서 핵 비확산에 관한 확고한 지지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개발을 차단하는 데 있어서 사우디와 적극 협력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