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찾은 독일 뮌헨 시내 잠도르퍼 거리. 독일 제3의 도시 뮌헨에서도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이 거리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 판매 대리점이 밀집해 있다. 올 7월에는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가 대규모 쇼룸 ‘니오 허브’를 오픈했다. 뮌헨에 들어선 최초의 중국 전기차 매장이다.

니오는 작년 말 베를린을 시작으로 프랑크푸르트와 뒤셀도르프, 뮌헨까지 불과 반년 새 독일에만 프리미엄 콘셉트 매장 네 곳을 개장했다. 니오 허브에서 만난 페터는 “전기 왜건 ET5 투어링을 시승해 보고 뛰어난 성능에 놀랐다”며 “가격까지 고려하면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뮌헨 니오 허브가 들어선 이곳에는 원래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의 매장이 있었다. 유럽 대표 명차 브랜드를 밀어낸 자리에 중국 전기차 매장이 들어온 것을 두고 현지인의 관심이 컸다고 한다.

12년째 뮌헨에 거주 중인 건축가 김정수 씨는 “독일은 자동차로 굴러가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새 흐름이 된 전기차 시대에 독일 차 업체들이 잘 적응하고 있는지 독일 내에서도 의문이 많다”고 말했다.

독보적인 엔진 기술과 기계적인 정교함으로 수십년간 세계 자동차 시장을 호령한 독일 차가 휘청이고 있다. 단순해진 하드웨어 대신 배터리 성능과 첨단 전자장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핵심이 된 전기차 시대에 좀처럼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서다.

2000년대 초반 하이브리드차가 떠오르고 테슬라를 중심으로 순수전기차 개발이 본격화할 때도 독일 차는 디젤엔진 등 내연기관 고도화에 주력했다. 그 뚝심은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독(毒)이 됐다. 내연기관을 건너뛰고 전기차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 업체와 테슬라의 질주를 따라잡기 벅찬 구조가 굳어진 것이다.

모리츠 슐라릭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 소장은 “독일 차는 과거의 성공을 가져다준 경제 구조에 안주하느라 변화 시기를 놓쳤다”며 “컴퓨터는 못 만들어도 자동차는 세계 최고였던 독일이 이제는 미래 차에서도 중국에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뮌헨=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