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시장에 침투하는 중국 전기차 공세가 무섭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 10여 년간 내수시장에서 축적한 품질 경쟁력을 발판으로 최근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유럽,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으로 전기차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지난해 독일 추월에 이어 올해 일본까지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에 오를 게 확실하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8월 중국 자동차 수출은 약 321만 대로 일본(277만 대), 독일(207만 대)을 앞섰다. 321만 대 중 108만 대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였다.

중국의 파상 공세에 각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방벽을 쌓느라 비상이 걸렸다. 중국 전기차의 약 62%가 수출되는 유럽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럽연합(EU) 내 중국 전기차 점유율은 2019년 0.5%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8.2%로 급증했다. 2025년에는 1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다급해진 EU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에 대한 불법 여부 조사에 지난달 착수했다. 국가별 대응도 시작됐다. 프랑스는 내년 1월부터 전기차 생산·유통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 이탈리아도 비슷한 방식의 인센티브를 검토 중이다. 유럽 이외 지역, 특히 중국에서 수입되는 전기차를 운송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염두에 둔 견제 조치다. 미국이 앞서 마련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역시 장래 수입될 중국 전기차로부터 자국 산업을 지킬 방벽을 선제적으로 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자동차 시장은 중국 전기차 공세의 무풍지대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와 최대 민영 자동차 기업 지리가 올해 전기 트럭과 밴 판매에 들어갔다. 상용차 다음은 승용차다. 6개 승용차 모델 상표를 국내에 출원한 BYD는 내년 한국 판매에 나설 태세다. 수출과 현지 생산으로 한 해 약 600만 대의 자동차를 해외에서 판매하는 우리로선 보조금과 관세를 수단으로 노골적인 보호주의적 조치를 취하는 게 쉽지 않다. 보복과 제재에 직면할 우려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국내에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막대한 전후방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산업 분야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정부가 국수주의적으로 대처할 일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 정도의 산업 보호 정책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닫지 않고 정책 대안을 준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