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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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 씨는 최근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으로 병원에 갔다가 '과민성 방광' 진단을 받았다.

수분 공급이 많았던 것도 아닌데 특별한 원인 없이 하루 8회 이상 소변을 본다면 ‘과민성 방광’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과민성 방광'에는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는 '요절박', 하루 8번 이상 소변을 보는 '빈뇨', 수면 중 2회 이상 소변을 보기 위해 잠이 깨는 '야간 빈뇨' 증상이 나타난다.

A 씨는 의료진으로부터 "커피, 녹차, 술 등을 줄이거나 삼가는 것이 좋다"는 조언받았다. 카페인이 들어간 녹차와 커피는 소변량을 늘리고 방광 근육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 씨는 "술보다 커피를 끊는 것이 더 어렵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커피를 줄이려고 주말에 안 마셨더니 온몸이 나른한 피로감과 두통이 몰려와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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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하게 소비되는 각성제다. 중추신경계를 각성하는 역할을 해 뇌의 신경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피로감을 줄여주며, 의식을 또렷하게 만들어준다.

커피의 카페인은 피로를 해소하고, 각성을 촉진하며, 주의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운동선수와 피트니스 애호가는 종종 자기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카페인을 섭취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직장인은 물론 어린 학생들까지 하루에 여러 잔의 커피를 즐기기도 한다.

우리 몸이 카페인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마지막 카페인 섭취 뒤 12~24시간 뒤에 두통, 불안, 과민성, 활력 저하 등 금단 증상이 나타나면 카페인 의존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미국 건강 전문매체 '헬스라인'에 따르면 카페인 금단 증상 중 가장 흔한 것은 두통이다.

카페인은 뇌의 혈관을 수축해 혈류를 느리게 한다. 2009년 한 연구는 커피를 3잔 미만으로 마셔도 뇌 혈류가 최대 27%까지 줄어드는 것을 밝혀냈다. 일부 전문가들은 카페인 섭취를 줄이거나 중단하면 혈류량이 갑자기 증가하면서 두통이 유발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커피, 차 또는 에너지 드링크로 카페인을 섭취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집중력을 높이려고 시험, 운동 경기 또는 중대 발표 전에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사람도 있다. 카페인은 스트레스에 대한 정상 반응의 일부인 아드레날린의 양을 늘린다. 또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수치를 높인다. 이에 따라 심박수와 혈압이 높아짐과 동시에 뇌를 자극해 의식을 명료하게 만들면서 집중력을 키운다. 이 때문에 우리 몸이 카페인 없이 작동하는 것에 익숙해지려고 애쓰면 집중력이 약해지는 경우도 있다.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는 수면이 부족한 상태 등을 견뎌내기 위해 사용된다. 이러한 효과 탓에 카페인을 섭취하는 사람들은 카페인에 쉽게 의존하게 되며, 점점 더 많은 카페인 섭취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카페인에 의존하는 성인 94명을 대상으로 한 2012년 연구에서 참가자의 89%가 카페인을 줄이고 싶었지만 과민성과 분노를 포함한 금단 증상으로 인해 실패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커피를 하루아침에 끊으면 신체에 충격을 주고 금단 증상을 악화할 수 있으며, 카페인 섭취량을 천천히 줄이면 불쾌한 부작용을 경험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의 양을 서서히 줄이는 것이 좋다. 하루에 커피를 여러 잔 마시는 사람이라면, 한번은 디카페인이나 허브차를 마시는 것이 좋다. 첨가하는 에스프레소 샷 수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디카페인 커피라는 것을 알면서 마신다고 해도 커피 금단 증상을 해소하는 데는 일정부분 도움을 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디카페인 커피의 맛과 냄새, 찻잔의 온기 등 커피와 관련된 자극을 통해 카페인 성분 없이도 금단 증상을 완화할 수 있었던 것.

커피 대신 물을 자주 마시고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도 커피 금단현상인 두통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각성 효과 때문에 커피를 마시다가 점점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 카페인 과다 섭취는 체내 칼슘 흡수를 방해하며 위산 분비를 촉진해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커피를 마신 직후엔 집중력이 오를 수 있지만 카페인 효과가 떨어지면서 오히려 집중력이 감소하고 신경이 예민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커피는 건강에 이로운 점과 해로운 점이 다양하게 있는 기호식품이다"라며 "커피를 건강하게 마시려면 커피를 통한 하루 카페인 섭취량이 400mg을 넘지 않도록 하루 4~5잔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면장애를 피하기 위해 저녁 시간에는 커피 섭취를 피하거나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이롭다"고 조언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