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나무 베기 등 숲가꾸기가 산사태 가중"…참고인 "산불에도 취약"
남성현 산림청장 "초점을 어디 두나 따라 달라…극단적 확증 편향주의 발언"
[국감현장] 산사태 원인 놓고 설전…"숲가꾸기·임도 탓" vs "그렇지 않다"
16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산림청 국정감사에서는 올여름 인명 피해 동반한 산사태의 원인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이날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올여름에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가 정말 심각했다"며 "임도, 숲가꾸기 등 산림 사업으로 산사태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운을 뗐다.

윤 의원은 "예천 산사태 원인 분석에 대한 산림청과 행정안전부의 결과를 비교했더니 산림청은 양호한 숲이 강우 차단을 도왔고, 벌채로 인한 산사태가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며 "반면 행정안전부는 2012년 나무 베기가 산사태를 가중했다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2년 벌채 이후 해당 지역에서 2020년 어린나무 숲가꾸기 사업이 진행되면서 무려 45%의 수목을 제거한다"며 "숲가꾸기로 밀도가 절반이나 낮아졌는데도 산림청 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어떠한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봉화군 서동리에서도 숲가꾸기 사업이 진행된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일가족 4명이 매몰된 논산 추모원 산사태도 산림청은 임도·배수 체계에 문제가 없는 폭우로 인한 산사태라면서 자연재해로 결론을 냈다"며 "2018년 조성된 임도가 무너지면서 배수관이 연쇄적으로 무너졌고, 결국 추모원을 덮친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감현장] 산사태 원인 놓고 설전…"숲가꾸기·임도 탓" vs "그렇지 않다"
윤 의원 측 참고인으로 나선 홍석환 부산대 교수도 "숲가꾸기 사업은 산에 물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물을 내보내는 사업으로, 녹색댐 증진이 아닌 파괴 사업으로 생각한다"며 "폭우가 내려 산사태가 많이 나는 8월에는 무려 13배나 많은 물이 한꺼번에 내려오는 결과를 측정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림청은 숲가꾸기 효과로 바람이 빨라지고 햇빛의 양이 많이 들어온다고 주장하는데, 당연히 산불에 취약해진다"며 "일본·중국은 산불이 빠르게 줄어드는데 유독 우리만 산불이 증가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은 "산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산주들에게 임도 설계도 같은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매매가 안 될 정도로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며 "산불을 진화할 때 의존하는 헬기가 현재 한계에 와 있기 때문에 지역 실정에 맞게 조금씩이라도 개설해 산불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참고인 측 발언에 대해 "환경이든 산림경영이든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며 "극단적 확증 편향주의로 생태계 보전만 해야 한다는 걸로 저는 들린다"고 받아쳤다.

남 청장은 "전 세계적으로 숲가꾸기·임도는 산림을 경영하고 재난 관리를 위한 아주 필수적인 정책"이라며 "참고인 얘기를 들어보면서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윤 의원은 남 청장의 '극단적 확증 편향주의'라는 답변에 사과를 요구했고, 남 청장은 "앞으로 유념하겠다"고 답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