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산업부 인상 건의 번번이 제동"…2021년말 경제상황조율회의 지목
"산업부, 원전건설 지연 따른 LNG 수요 증가에도 과소전망…가스공사도 대응 실패"
"서부발전, 무자격업체에 태양광 공사 발주…LH는 택지개발 수요 부풀려"
"文정부 '전기료 차기정부 전가 우려' 묵살…탈원전에 적자"
문재인 정부에서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차기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이를 묵살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이 10일 발표한 공공기관 재무 건전성 감사 결과에서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기조와 탈원전·에너지 사업 추진 과정의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정감사 시작일에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탈원전과 신재생 에너지 문제 등을 지적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 전기요금 인상 건의 기재부가 거부…"다음 정부 부담 전가"에도 강행
감사원은 이날 '공공기관 재무 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 발표에서 2021년부터 2022년 초까지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되지 않았던 과정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여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 기조를 추진하면서 발전 비용이 저렴한 원전 비중을 축소하고, 값비싼 재생 에너지와 가스 비중을 높인 게 한국전력 적자의 결정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제 에너지 상승 요인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올리고자 했지만, 기획재정부가 '물가안정·국민 부담'을 사유로 번번이 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전기요금은 ▲ 기본요금 ▲ 전력량 요금 ▲ 기후환경 요금 ▲ 연료비 조정 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그중 연료비 조정요금은 원가 변동 요인과 연계성을 강화하고자 2021년 1월 도입됐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연료비 조정 요금이 도입된 그해 초부터 부과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2021년 2분기와 3분기에는 부과가 우선 유보됐다.

결정적 문제점은 2022년 연간 전기요금을 협의하는 2021년 말에 나타났다.

산업부는 당시 "전년도 비용을 반영해 2022년 연간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이 더욱 커져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연간 영업 적자가 16조3천억원으로 예상된다"며 1월부터 전기요금 전 항목에 걸쳐 요금을 인상하자고 제시했다.

"文정부 '전기료 차기정부 전가 우려' 묵살…탈원전에 적자"
하지만 기재부는 또다시 1분기에는 요금을 전부 동결하고, 이후 시기와 요금 항목 종류를 분산하며 조정하자며 제동을 걸었다.

감사원은 2021년 12월 17일에 열렸던 당시 청와대와 부처 간 경제현안조율회의에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해당 회의에서는 산업부의 수정안과 기재부 안이 함께 상정됐다.

산업부 대안을 따르면 2022년 한전 적자는 10조4천억원, 기재부 안에 따른 적자는 11조8천억원으로 예상됐는데도 기재부 안으로 결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특히 전 정부가 차기 정부에 요금 인상 부담을 사실상 전가했다고 봤다.

당시 경제현안조율회의에서 산업부와 기재부 방안마다 예상되는 논란이 언급됐다.

기재부 안으로 결정 시 "요금 인상 부담을 차기 정부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 의견이 나왔는데도 강행했다고 감사원은 파악했다.

다만 감사원 관계자는 "공공요금 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특정인의 비리·비위가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제출된 회의 자료 등에 근거해 내용을 확인했다"며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까지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분기에도 산업부는 국제 연료 가격 급등과 적자 전망 등에 따라 연료비 조정요금을 부과하려 했으나, 기재부가 유보하라는 의견을 내며 조정되지 않았다.

전기·가스요금은 지난해 5월 정권이 바뀌고서부터 단계적으로 인상 조정되고 있다.

국민 부담 우려와 한전의 자구 노력이 맞물려 인상 폭은 매번 신중하게 결정되고 있다.

예산 낭비와 비효율을 낳은 부실 사업·투자로 지목된 사례 중에는 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나 부동산 사업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文정부 '전기료 차기정부 전가 우려' 묵살…탈원전에 적자"
대표적으로 산업부는 원전 건설이 지연되며 대체 발전인 LNG 발전량이 미리 수립했던 전력수급기본계획보다 증가하는데도, 기본계획 내용을 그대로 적용해 결과적으로 수요를 과소 전망했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도 산업부의 LNG 수요 전망보다 실제로 더 발생하는 추가수요 연 3∼400만톤(전체의 약 10%)에 미리 대응하지 못한 채 수시 현물구매로만 대응해 고가 구매 현상과 수급 불안이 초래됐다.

감사원의 지적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제 에너지 가격은 오르는데 공공요금은 인상하지 않고, 수요마저 과소 전망하며 피해를 야기한 것으로 요약된다.

한국서부발전은 2019년 3월 A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며 자격이 없는 업체에 설계·공사를 일괄 발주하거나, 출자금 예산 약 31억원을 민간 법인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B 태양광발전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2021년 4월 중단한 일 등이 있었다.

서부발전 사건 관련자들은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수사 기관에 넘어가 올해 8월 재판에 넘겨졌다.

한국토지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주택 수요가 부족해 2015년 청산됐던 택지개발사업의 수요를 부풀려 2018년 12월 재추진했으나, 수요 부족으로 결국 4천억원대의 사업 손실을 감수했다.

이번 감사 시작 단계에서부터 전 정부에 대한 '정치감사'라는 일각의 지적이 나온 데 대해 감사원은 "정책감사"라고 반박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책적 사안이기 때문에 누구를 감찰하듯이 정해놓고 접근하지 않고 공식 자료에 근거해 실태를 파악하고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며 "어떤 정치적 고려를 판단하지 않았다.

특별히 전 정부를 타깃으로 한 감사는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