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야' 판빙빙이 여성들의 연대를 강조하며 작품이 갖는 의미를 전했다. 배우 판빙빙은 5일 부산시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진행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프리젠테이션 '녹야' 기자회견에서 "여성만이 여성을 돕고 잘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며 "우리 영화는 여성들이 팀을 이뤄 만든 여성들이 영화다. 코로나19가 가장 심각한 시기에 영화를 찍었지만, 여성들의 힘으로 이 모든 것들을 극복해 이 영화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녹야'는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여성이 마약 밀매상의 애인이자 운반책인 초록머리 여성과 함께 모험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과 이들의 성장기를 담은 작품. 사춘기 소녀의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을 그린 데뷔작 '희미한 여름'으로 202년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에 초청된 피프레시상을 수상했던 한슈아이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판빙빙과 이주영 두 배우가 주인공을 맡아 경제적 빈곤과 성폭력에 노출된 두 여성의 연대기를 그려냈다. 판빙빙은 "영화를 찍으면서 외로운 섬에 버려진 느낌도 있었는데, 여자들끼리 똘똘 뭉쳤다"며 "그렇게 모든 어려움을 이겨냈다"고 소개했다. 판빙빙은 '녹야'에 대해 "두 여성이 나오는 영화인데 이미지도 기질적이나 모든 것이 다른 여성들"이라며 "제가 연기한 진샤는 모든 것에 조심스럽고, 가슴에 담긴 사연이 많은 여성인데, 녹색머리 여자를 만난 후 변화하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녹야'는 판빙빙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았다. 판빙빙은 2018년 탈세 의혹에 휩싸이면서 행방이 묘연해져 실종설, 사망설 등에 시달렸다. '녹야'를 통해 다시 배우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판빙빙은 지난 시간에 대해 "스스로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시간을 고르는 시간이었다"며 "연기자는 때론 시간을 갖고 자신을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하고, 휴식하고, 새로운 스토리와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 공백기 동안 영화를 많이 봤고, 교류도 많이 했고 영화 수업도 많이 들었다. 시간이 없어서 할 수 없었던 걸 인생의 경험을 축적했다"고 소개했다.공백을 깨고 '녹야'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가 감동적이었고, 여성이 여성을 서로 구제하는 설정에 이끌렸고 감동을 하였다"며 "몇 년 동안 제가 갖고 있던 개인적인 사건, 스토리가 이 역할이 잘 매치가 되고 감동이 된 거 같다. 좋은 역할, 스토리는 늘 매력적"이라고 전했다.더불어 함께 연기한 이주영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판빙빙은 "이주영 배우가 출연한 영화, 드라마를 보면서 이미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며 "나이가 10살이나 어린 걸 알고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그런데도 이 영화에서는 진정성이 있는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손 편지를 써서라도 데려와야지 싶었다"면서 직접 편지를 쓴 이유를 전했다.판빙빙은 또 "편지 쓰는 그날 밤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며 "제가 한국말도 못 하는데 정말로 그를 좋아한다는 걸, 원한다는 걸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되고 걱정됐다"면서 연애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이주영에게 글을 썼다고 전했다.이어 "편지 마지막에 하트를 엄청나게 그렸다"면서 이주영을 보며 "워아이니"(사랑해)를 외치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이주영은 이날 "'녹야'는 저에게도 도전의 영역이었고,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드는 작품이었다"며 "그 상황에서 (한슈아이) 감독님의 러브콜이 가볍지 않다는 걸 느꼈고, 제가 출연을 망설일 때 (판)빙빙 언니가 손 편지를 보내주셔서 마음이 동했다"고 고백했다.이주영은 "내가 연기를 활동하면서 이런 편지를 받게 되더니. 그것도 빙빙 언니에게, 그 생각을 하니 내가 출연하지 않는 건 이 두 분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인 거 같더라"라며 "정말 마음이 동해서 함께 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출연에 판빙빙의 손 편지가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이어 "감독님께서 여자 둘이서 고난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스크린으로 보고 싶어서 이 영화를 구상했다는 얘길 듣고 저도 그 영화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출연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며 "그래서 기쁜 마음에 출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또 "영화가 갖는 의미도 크다"며 "한중 합작으로 제작돼 한국에서 찍고, 스태프의 국적도 한국과 중국 반반이었다. 이런 프로젝트가 많아지길 바라고, 이바지하고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한편 한슈아이 감독과 판빙빙, 이주영은 기자간담회에 이어 스크리닝 및 GV 등의 행사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외 영화 관계자들과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전망이다.정식 개봉은 올해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사진=주윤발 제공'영웅본색'의 주제곡 '당년정'이 흐르면 마음은 이미 1980년대 홍콩 뒷골목에 가 있다. 선글라스를 쓰고 바바리코트를 걸친 사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친구를 위해 홀로 적진으로 향하는 의리 넘치는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배우 저우룬파(주윤발)가 지금까지도 홍콩 영화의 '큰 형님'으로 많은 팬의 가슴에 남아 있는 이유다. 저우룬파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의 영광을 안았다. 14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는 5일 부산 해운대구 KNN타워 KNN시어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기념했다. 유쾌한 농담을 건네면서도 영화계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질문엔 진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연기 생활 50년 만에 이런 큰 상을 받을 수 있게 돼 기쁩니다. 한국 팬분들이 보내주신 사랑에 감사합니다." 이 상은 매년 아시아 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가장 두드러진 공헌을 한 아시아 영화인한테 돌아간다. 저우룬파는 홍콩 영화의 최전성기를 이끌고 '홍콩 누아르'를 세계적인 장르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3년 영화계 입문 이후 50년간 '영웅본색' '첩혈쌍웅' '와호장룡' 등 수많은 대표작을 남겼다. 이로써 지난해 량차오웨이(양조위)에 이어 2년 연속 홍콩 배우가 수상하게 됐다. '큰 형님'으로서의 면모는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나타났다. 그는 지난 2018년 홍콩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56억 홍콩달러(약 8100억원)를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정작 본인은 소탈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제가 기부한 것이 아니라 아내가 기부한 것"이라고 하면서도 "세상에 올 때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떠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1980년대 홍콩 영화의 황금기가 저물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선 진지한 고민을 털어놨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뒤부터 자국 내 검열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현재 홍콩 영화인들이 영화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저희는 홍콩 정신이 살아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한국의 영화 산업에 대해서는 "한국 영화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자유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끔 '이런 이야기까지 다룰 수 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넓은 소재를 다루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68세를 맞은 만큼 최근 건강 이상설에 관한 루머가 돌기도 했다. 저우룬파는 "제가 단순히 아픈 정도가 아니라 죽었다는 가짜 뉴스를 읽었다"며 "(가짜 뉴스는) 매일 일어나는 일이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다음 달 홍콩에서 열리는 하프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내일 오전에도 부산에서 10㎞를 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50년간 배우 생활 중 최고의 순간으로는 18세에 배우 활동을 시작한 시점을 꼽았다. "한 영화를 찍는 배우는 그 배역의 인생을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제가 맡아온 캐릭터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저우룬파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60년을 두고 "인생의 제2막이 이제 막 열린 셈"이라며 배우로서의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오는 11월 국내 개봉하는 '원 모어 찬스'에서 자폐증을 앓는 아이를 둔 아버지를 연기한다. "저는 배역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싶지 않아요. 기회가 오면 어떤 역할이든 계속 도전해보고 싶습니다."부산=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녹야' 판빙빙이 이주영을 위해 손 편지까지 쓰며 나선 사연이 공개됐다.판빙빙은 5일 부산시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진행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프리젠테이션 '녹야' 기자회견에서 이주영을 향해 "사랑해요"를 외쳐 이목을 집중시켰다.이주영은 이날 "'녹야'는 저에게도 도전의 영역이었고,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드는 작품이었다"며 "그 상황에서 (한슈아이) 감독님의 러브콜이 가볍지 않다는 걸 느꼈고, 제가 출연을 망설일 때 (판)빙빙 언니가 손 편지를 보내주셔서 마음이 동했다"고 고백했다.이주영은 "내가 연기를 활동하면서 이런 편지를 받게 되더니. 그것도 빙빙 언니에게, 그 생각을 하니 내가 출연하지 않는 건 이 두 분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인 거 같더라"라며 "정말 마음이 동해서 함께 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출연에 판빙빙의 손 편지가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이어 "감독님께서 여자 둘이서 고난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스크린으로 보고 싶어서 이 영화를 구상했다는 얘길 듣고 저도 그 영화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출연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며 "그래서 기쁜 마음에 출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또 "영화가 갖는 의미도 크다"며 "한중 합작으로 제작돼 한국에서 찍고, 스태프의 국적도 한국과 중국 반반이었다. 이런 프로젝트가 많아지길 바라고, 이바지하고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판빙빙은 "이주영 배우가 출연한 영화, 드라마를 보면서 이미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며 "나이가 10살이나 어린 걸 알고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그런데도 이 영화에서는 진정성이 있는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손 편지를 써서라도 데려와야지 싶었다"면서 직접 편지를 쓴 이유를 전했다.판빙빙은 또 "편지 쓰는 그날 밤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며 "제가 한국말도 못 하는데 정말로 그를 좋아한다는 걸, 원한다는 걸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되고 걱정됐다"면서 연애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이주영에게 글을 썼다고 전했다.이어 "편지 마지막에 하트를 엄청나게 그렸다"면서 이주영을 보며 "워아이니"(사랑해)를 외치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녹야'는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여성이 마약 밀매상의 애인이자 운반책인 초록머리 여성과 함께 모험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과 이들의 성장기를 담은 작품. 사춘기 소녀의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을 그린 데뷔작 '희미한 여름'으로 202년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에 초청된 피프레시상을 수상했던 한슈아이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판빙빙과 이주영 두 배우가 주인공을 맡아 경제적 빈곤과 성폭력에 노출된 두 여성의 연대기를 그려냈다.한편 한슈아이 감독과 판빙빙, 이주영은 기자간담회에 이어 스크리닝 및 GV 등의 행사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외 영화 관계자들과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전망이다.정식 개봉은 올해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