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한 토지 인근에 멋대로 농로 만든 공무원 등 '수사의뢰'
지난 4월 충남 천안시 팀장인 A씨는 하수관로 정비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용역사업을 추진하면서 입찰 제안서와 배점 기준표, 가점 비율 등 미공개 입찰 정보를 자신이 평소에 알던 업체 관계자에게 알려줬다.
이를 넘겨받은 업체는 평가에 미리 대비할 수 있었고, 실제로 입찰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A씨는 그 대가로 해당 업체로부터 괌과 제주도 등 골프 여행 경비를 비롯해 골프 장비, 식사 등 200여만원을 제공받았다.
4일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공직부패 100일 특별감찰' 결과를 보면 지자체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 각종 비위 행위가 만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대가로 택시 업체 관계자와 필리핀 골프 여행을 동행하면서 관련 경비를 여러 차례 제공받았다.
정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탓에 택시업체 관계자가 보조금을 개인 용도로 썼다가 다시 채우는 일마저 있었다.
고위 공직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하 직원에게 압력을 행사하거나, 이권에 개입한 일도 드러났다.
경북 영주시 국장인 C씨는 2020년 4월 자신의 토지와 인접한 농로를 포장 공사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배정하도록 관공서 담당자에게 압력을 넣었다.
그러나 담당자는 "농로가 사유지인 데다, 소유주도 동의하지 않았다"며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C씨는 20차례 넘게 담당자에게 예산 배정을 강요했지만, 결국 포장 사업이 불발되자 지난해 4월께 시유지인 인근 산지를 훼손해 농로를 만들었다.
강원도 한 지자체의 전임 시장인 D씨는 관할지 관광지 조성사업이 경관 심의로 인해 진행이 늦어지자 편법으로 이를 통과시켰다.
그가 불법적으로 자체 인허가를 추진하면서 소속 직원들에게 위법행위를 지시해 사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한 것이 이번 감찰에서 확인됐다.
행안부는 이들에 대해 중징계를 내리고, A씨와 C씨, D씨는 경찰 등에 수사 의뢰했다.
이번 감찰에서 적발된 지자체 공무원은 총 290건 331명에 달한다.
징계 수위별로는 중징계 43명, 경징계, 75명, 훈계 213명이다.
징계를 넘어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해 사법 당국에 수사 의뢰한 이들만 11명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합동으로 지역 부패를 집중 단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도 꾸준한 감찰을 통해 공직자의 이권 개입, 지역 토착비리, 공직기강 해이 등 공직사회 부패를 근절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