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은 체납시 예외조항 적용돼 대조…헌법불합치 결정
'외국인은 한번만 체납해도 건보 중단'…헌재 "평등권 침해"
외국인이 건강보험료를 한 번이라도 체납하면 내국인과 달리 보험급여 지급을 중단하도록 정한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국민건강보험법 109조 10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조항을 즉각 무효로 만들었을 때 초래될 혼선을 막기 위해 법 개정 때까지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헌재가 정한 법 개정 시한은 2025년 6월 30일이다.

이때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심판 대상 조항은 효력을 잃는다.

국민건강보험법 109조 10항(이하 보험급여제한 조항)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료를 체납하면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다만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예외 조항을 둔다.

체납 횟수가 6회 이상인 경우 공단이 별도의 급여 제한 사실을 문서로 통지한 뒤 급여 지급이 중단된다.

공단의 승인을 받으면 분할 납부도 가능하고 체불 보험료를 일정 기간 내 완납하면 급여 제한 기간에 행해진 진료에 대해서도 소급해 보험 급여를 지급한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해서는 이 같은 예외 조항이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은 부모·자녀와 함께 한국에 장기체류하는 외국인으로 이 같은 조항이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2019년 심판을 제기했다.

헌재는 우선 외국인에 대해 보험급여 제한을 달리 실시하는 것 자체는 필요하다고 봤다.

외국인이 보험료를 체납하더라도 징수가 어렵고 보험료 납부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 내국인에 비해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재는 그렇더라도 현행 보험급여제한 조항은 "합리적인 수준을 현저히 벗어난다"며 "이유 없이 외국인인 청구인들을 내국인 등과 달리 취급한 것이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헌재는 "보험급여제한 조항은 아무런 예외 없이 보험급여를 제한해 경제적 사유로 평균보험료를 납부할 능력이 없는 외국인 지역가입자에게 불측의 질병·사고 발생 시 건강에 대한 치명적 위험성에 더해 가족 전체의 생계가 흔들리게 되는 결과를 낳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외국인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한 급여 제한 조건을 적용하고 예외 조항을 마련한 독일의 예를 들며 "보험재정의 건전화라는 공익을 추구하면서도 저소득층 외국인 가입자에게 최소 필수적인 치료에 한해 보험급여를 제공하는 등 양자 간의 균형을 이루는 방식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다만 보험급여 지급 제한 자체가 위헌은 아니므로 국회가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법 개정 시한을 두고 보험급여제한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