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달부터 외국 금융회사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를 허용한다. 내년 7월부터는 거래시간도 새벽 2시로 연장한다.

정부는 2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월 발표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로 다음달 4일 공포되는 즉시 시행된다.

지금까지는 국내 금융사나 외국은행 국내 지점만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었다. 정부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권고로 자율환율변동제를 도입하면서도 외국 금융사에는 기존처럼 빗장을 걸어 잠갔다. 당시 외환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1900원대까지 치솟은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다음달부터는 일정한 요건을 갖춰 인가를 받은 해외에 있는 외국 금융사(RFI)는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은행업, 증권업 등 정부가 고시하는 업종과 재무건전성 기준에 부합하는 외국 금융사가 대상이다. 외국 금융사는 영업용 원화 계좌를 국내 은행에 개설하고 국내 금융사와의 신용공여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기존 외환시장 참여자와 마찬가지로 건전한 외환거래 질서 위반 금지 등의 법령상 의무도 부과받는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오전 9시부터 시작해 오후 3시30분에 마감하던 거래 시간도 영국 런던 금융시장이 끝나는 시간대인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연장해 런던의 금융사들이 현지 마감 시간까지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국내 외환시장 제도가 대대적으로 개편되는 것은 자율환율변동제가 도입된 1997년 후 처음이다. 외국 금융사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를 허용하면 거래 규모가 커져 오히려 환율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기획재정부는 “국내 금융기관으로만 한정됐던 참여자가 외국 금융기관까지 확대되고 이들의 고객인 외국인 투자자도 더욱 쉽게 국내 외환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국내 외환시장의 거래 규모 증가 등으로 외환 서비스의 질과 안정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내 외환시장이 ‘외국인의 놀이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개방 조치에 따라 단기적으로 시장에 불안정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