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란'서 조직 중간보스 역…"욕심 절제하느라 힘들었죠"
"아내에 관한 왜곡 보도에 분노한 적도…지금은 많이 성숙해져"
송중기 "득남 후 더 잘 살아야겠다 다짐…떳떳한 아빠 되고파"
"아들이 생기고 떳떳한 아빠가 돼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어요.

제 아들에게도 떳떳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배우 생활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
배우 송중기는 지난 6월 아내 케이티 루이즈 손더스 사이에서 첫아들을 얻으며 아빠가 됐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아내와 함께 육아에 전념하던 그가 영화 '화란' 개봉을 맞아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송중기는 "한국 돌아온 게 4개월 만인데 그전까지 계속 육아를 (아내와) 같이했다"며 "아기가 깨지 않고 자는 시간이 늘어갈 때마다 보람 있더라"라고 말하며 웃었다.

"아들이 이제 막 100일이 지났어요.

지금도 우유 먹이고 있으면 내가 아빠가 된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실감이 잘 안 나요.

아빠가 되고부터 '착하게 잘 살아야겠구나, 좋은 사람이 돼야겠구나, 일도 열심히 해야겠구나' 하는 다짐도 한 번 더 하게 됐습니다.

"
다음 달 11일 극장에 걸리는 '화란'은 송중기의 이런 마음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새아버지에게서 끔찍한 폭력에 시달리던 소년 연규(홍사빈 분)를 돌봐주는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을 연기했다.

송중기는 "시나리오를 읽고서 어른들이 비겁해지지 말고 좋은 세상으로 아이들을 이끌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는 이런 생각이 더 강해질 것 같다"고 강조했다.

송중기 "득남 후 더 잘 살아야겠다 다짐…떳떳한 아빠 되고파"
치건은 연규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이긴 하지만, 주인공은 아니다.

연규가 어떻게 자기를 둘러싼 세계를 극복하고 치건이라는 자신과 꼭 닮은 사람을 넘어 성장하는지에 영화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송중기는 "'화란'은 연규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영화"라고 강조했지만, 촬영 때는 자신도 모르게 욕심이 튀어나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저라고 왜 (돋보이려는) 욕심이 없겠어요.

절제하느라 힘들었어요.

본능적으로 잘하고 싶고, 그러다 보면 연기에 힘이 들어가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영화가 깨진다는 생각을 계속했죠. 사빈이 역할이 중심이 돼야 하니까요.

'사빈이가 액션을 하면 나는 리액션만 하자'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
송중기가 주인공도 아닌 영화, 그것도 신인 감독의 작품에 도전한다는 게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화란'은 김창훈 감독의 첫 장편으로 약 40억원이 투입된 저예산 영화다.

송중기는 제작비가 커질 것을 우려해 이 영화에 '노 개런티'로 출연하겠다는 의지를 제작사 측에 전했다.

그가 먼저 나서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한 것도 '화란'이 처음이라고 한다.

"색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차에 읽었던 대본이 '화란'이었어요.

장르 자체가 무척 끌리더라고요.

예전에 하기로 했다가 군대에 가는 바람에 못 했던 작품이 비슷한 장르였는데 당시에 정말 아쉬웠거든요.

어떤 분들은 (예고편만 보고) '송중기 건달 영화 되게 하고 싶었나 보다' 하시던데, 화란은 그런 장르는 아닙니다.

하하. 아주 스산하고 어두운 영화일 뿐이죠."
송중기 "득남 후 더 잘 살아야겠다 다짐…떳떳한 아빠 되고파"
'화란'은 올해 5월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송중기에게 또 다른 보람을 안겼다.

송중기가 칸에 입성한 것은 데뷔 15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는 현지 시사회 후 기립박수를 받았던 때를 떠올리며 "이 영화 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런티도 안 받았는데 (이걸로) 보상받는 느낌이었다"며 웃었다.

송중기는 당시 만삭이던 아내와 칸에 동행했다.

전직 영화배우로, 이미 칸과 베를린 등 굵직한 영화제 무대를 밟아본 손더스는 송중기에게 "들뜨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고 한다.

영국인인 손더스는 해외 작품 활동을 하려는 송중기에게 업계 관계자를 소개해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남편을 돕고 있다.

송중기는 "(해외에서) 오디션을 많이 봤는데 슬프게도 다 떨어졌다"며 "올해도 몇 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내 덕에 배우로서 뿐만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성숙해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1월 결혼 전 손더스에 관한 추측·왜곡 보도가 쏟아져 나오던 때 감정이 섞인 인터뷰를 한 것을 언급하며 "지금 생각해 보니 미숙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아내에 대해서 '소설'을 쓰고 있더라고요.

한 여성에게 그렇게 무책임하게 (행동을) 한 걸 보고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제 아내도 얼마나 상처받았을까…남편 입장에서 화가 많이 났죠. 하지만 그런 분노를 누그러뜨리게 해주는 사람 역시 제 아내예요.

그 사람에게 많이 배우고 있고, 앞으로 더 성숙해져야겠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
송중기 "득남 후 더 잘 살아야겠다 다짐…떳떳한 아빠 되고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