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한홍씨, 1949년 26살 때 대전형무소 복역 기록

제주4·3 당시 행방불명된 희생자가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로 74년만에 신원이 확인됐다.

제주4·3 행방불명인, 74년 만에 대전 골령골서 신원 확인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 4·3 희생자 유전자 감식 시범 사업을 통해 4·3 당시 행방불명된 고(故) 김한홍씨의 유해 신원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대전 골령골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와 대전·충남 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이 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돼 묻힌 곳이다.

올해 현재까지 1천441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행방불명 제주4·3희생자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역인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된 1천441구의 유해 중 1차 시범사업으로 유전자 감식을 실시한 70구 중 1구다.

유해는 2021년 골령골 제1학살지 A구역에서 발굴·수습돼 현재 세종추모의집에 안치돼 있다.

제주시 조천면 북촌리 출신의 고 김한홍씨는 제주4·3 당시 토벌대와 무장대를 피해 마을에서 떨어진 밭에서 숨어지내다가 26살이던 1949년 1월 말 '군에 와서 자수하면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소문에 자수하고 주정공장수용소에 수용된 후 소식이 끊겼다고 유족들은 밝혔다.

수형인 명부에는 희생자가 1949년 7월 4일 징역 7년 형을 선고받고 대전형무소에서 복역한 사실이 등재돼 있다.

제주4·3 행방불명인의 유해가 제주도 이외 다른 지역에서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도는 다음 달 4일 유가족,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행정안전부 관계자 등이 배석한 가운데 김씨의 유해 인계 절차를 거쳐 세종 은하수공원에서 유족회 주관으로 제례를 진행한 후 화장해 항공기를 통해 제주로 봉환할 예정이다.

희생자 유해를 고향으로 봉환하는 현장에서 유가족 및 오영훈 지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직접 맞이하고 이후 유해 봉환식을 한다.

이어 희생자를 위령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신원확인 보고회도 개최한다.

안타깝게도 김씨의 아들은 부친을 찾기 위해 2018년 채혈을 한 후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다가 2020년 별세했다.

제주도는 김씨 유해 확인을 최근 김씨의 손자 등 유가족에게 통보했다.

제주도는 현재까지 행방불명된 제주4·3희생자 유해 413구를 발굴해 이 중 도내에서 141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번 도외 지역 유해 1구의 신원이 확인됨에 따라 신원이 확인된 행방불명 제주4·3희생자는 총 142명이 됐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에 대한 제주4·3희생자 유전자 감식 사업을 추가로 진행할 방침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에 대한 유전자 감식과 제주4·3 유해 발굴, 유전자 감식사업과의 연계를 지속해 요구했는데, 이번에 도외 지역에서 행방불명된 제주4·3희생자 신원을 처음으로 확인하게 돼 무척 뜻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