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디지타임스 보도…"전체 공급망의 부품 흐름 통제 어려워"

최근 중국 화웨이의 신형 휴대폰에 SK하이닉스 제품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SK하이닉스가 경위 파악에 나선 가운데 화웨이가 2020년 미국 제재 이후 최근 몇 년간 출시한 휴대폰과 태블릿에 다수의 해외 메모리 기업 제품이 탑재된 것이 확인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화웨이, 다수 해외 메모리 기업 제품 탑재…美마이크론 제품도"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디지타임스는 이날 화웨이가 최근 수년간 출시한 스마트폰, 태블릿 제품에 글로벌 주요 메모리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일본 키옥시아뿐 아니라 미국 회사인 마이크론의 제품도 탑재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메모리 회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제품은 사용되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2020년 발표된 미국의 수출 통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글로벌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3년 가까이 미국의 제재를 받았고, 필요한 메모리를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각 업체의 메모리를 조달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디지타임스가 이전에 나온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전 세대 모바일 제품인 '메이트 40 프로'와 '메이트 50 프로'는 물론, 태블릿 제품인 '메이트 패드 11'과 '메이트 패드 프로 11' 등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옥시아의 제품이 확인됐다.

그중 메이트 40 프로는 삼성전자의 LPDDR5, 메이트 50 프로는 SK하이닉스 LPDDR5를 채택했고 롬(ROM)으로는 키옥시아의 UFS3.1을 탑재했으며, 메이트 패드 11의 D램은 마이크론, 메이트 패드 프로 11은 삼성전자 제품을 각각 채택했다고 디지타임스는 전했다.

"화웨이, 다수 해외 메모리 기업 제품 탑재…美마이크론 제품도"
최근 발표된 화웨이 신규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 분해 보고서에 따르면 D램과 낸드 모두 SK하이닉스 제품이 탑재됐다.

다만 이는 수년 전 출시된 구형 제품으로,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가 도입된 이후 화웨이와 더는 거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업체들이 제품 납품 시 고객에게 제재를 위반하지 말 것을 요청하지만 전체 공급망의 부품 흐름을 통제하기는 어렵고, 다른 국가를 통해 재판매되거나 여러 업체를 거쳐 출하될 수 있다"며 "미국이 이를 엄격히 금지하지 않는 것은 메모리에 대한 경계심이나 민감도가 중국이 자체 개발하는 로직 반도체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화웨이, 다수 해외 메모리 기업 제품 탑재…美마이크론 제품도"
화웨이 메이트 시리즈 모바일 제품은 최근 3년간 LPDDR5 규격을 채택해 왔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LPDDR5가 16나노급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중국에서 유일하게 20나노 이하 공정으로 D램을 생산할 수 있는 CXMT는 미국의 제재 이후 아직 19나노 양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화웨이가 비공개로 육성 중인 푸젠진화도 최근 '화웨이 연맹'에 다시 편입돼 적극적으로 국산 반도체 장비를 도입하고 있지만, 과거에 25나노 D램까지만 양산했기 때문에 여전히 화웨이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규격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디지타임스는 밝혔다.

화웨이는 신제품 발표회를 통해 13.2인치 태블릿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기린9000S 프로세서 외에도 중국산 RF 프론트엔드 모듈, RF 송수신 모듈 등을 사용하고 있지만, 유독 메모리만 국산화 목표에 틈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미중 분쟁의 여파로 미국산 메모리는 수급이 어려운 만큼 향후 새로운 D램 수급은 여전히 한국 공급 기업 위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