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총력 부결 호소에도 반란표 결집…친명·비명 간 계파 갈등 더욱 심화
구속 시 '이재명 지도체제' 붕괴 위기…영장 기각돼도 정치적 입지 축소될 듯
李체포안 가결에 원내지도부 총사퇴…민주, 대혼돈 속 분열 가속(종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민주당이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했고 조정식 사무총장이 사의를 밝히는 등 지도부에서부터 공백이 생기며 후폭풍이 시작됐다.

이미 '심리적 분당(分黨) 상태'란 말이 나올 정도로 극심했던 당내 계파 갈등은 이 대표가 지난달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하면서 잠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장기간 단식에 이 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고조되면서 친명(친이명계)계를 중심으로 '체포안 부결' 기대감도 커졌다.

'방탄 정당' 우려에도 내달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체포안 부결로 당의 분열을 막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관측이 친명계를 중심으로 퍼졌다.

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부결을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이 대표는 표결 당일인 이날 자신을 찾아온 박 원내대표와 '통합적 당 운영을 위한 기구 구성'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박 원내대표는 이를 담보로 의총에서 의원들에게 부결을 거듭 요청했다.

비명(비이재명)계 설득을 위한 최후의 카드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노력에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결국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 아래 비명계가 결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李체포안 가결에 원내지도부 총사퇴…민주, 대혼돈 속 분열 가속(종합)
'아슬아슬 부결'로 결론이 난 1차 체포동의안 때보다 비명계는 더욱 똘똘 뭉친 모습이었다.

지난 2월 1차 체포동의안 표결 때는 '가'가 139표로 가결 정족수에 10표가 모자랐으나 이번 표결에선 149표의 찬성표가 나와 가결정족수(148표)를 충족했다.

이 대표가 전날 직접 부결을 호소한 것이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해 이탈표가 늘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으나 이 약속을 번복해 비명계뿐 아니라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까지 자극했다는 것이다.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을 계기로 친명계와 비명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사실상 전면전에 돌입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본회의 후 한 차례 정회하는 등의 진통 끝에 밤 11시 30분이 넘어서야 끝난 의원총회에서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론뿐 아니라 계파 간 진단과 해법이 엇갈리며 고성으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의원총회에서는 박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총사퇴 의사를 밝히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원내대표가 지도부 일원으로 부결 투표를 요청했지만, 그에 맞는 결론이 맺어지지 않은 데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사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조정식 사무총장 역시 본회의 후 사의를 밝혔으나, 이를 보고받은 이 대표는 사의 수용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사무총장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당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응급조치로 보이지만, 계파 간 갈등은 더욱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비명계는 원내지도부만 물러난 채 이 대표 등 지도부가 자리를 지키는 것은 결국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 원내대표만 '꼬리 자르기' 식으로 쳐내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태인 만큼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李체포안 가결에 원내지도부 총사퇴…민주, 대혼돈 속 분열 가속(종합)
반면, 친명계는 대거 이탈표로 이 대표를 궁지에 몬 비명계를 상대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태세다.

친명계가 다수인 최고위원회는 의원총회 후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발표한 입장을 통해 "당이 검찰의 영장 청구를 부당한 정치 탄압으로 규정했는데도 체포동의안에 가결 투표를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해당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고위는 조속히 당을 안정시키고 이 대표를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 현 지도부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이 대표를 중심으로 현 위기를 수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로 인해 비명계는 더욱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혼란의 중대한 변곡점은 내주로 예상되는 법원의 이 대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다.

만약, 영장실질심사 결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이재명 체제'는 비명계의 사퇴 압박 속에 그야말로 붕괴 위기에 직면할 전망이다.

반대로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이 대표가 극적으로 기사회생해 당내 수습에 진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대거 이탈표라는 정치적 타격으로 인해 리더십에 손상을 입었기에 당내 입지가 예전만 못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