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클럽의 얼굴’로 불리는 드라이버 판매 순위에서 올해 핑이 먼저 웃었다. 핑의 독주가 이어지던 페어웨이 우드 시장에선 복병이던 젝시오12가 처음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클리브랜드가 휩쓴 웨지 시장에선 ‘전통의 웨지 명가’ 타이틀리스트의 보키 브랜드가 1위 자리를 탈환했다.23일 한국경제신문이 골프존마켓에 의뢰해 올 상반기(1~6월) 주요 골프용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핑과 젝시오, 타이틀리스트 등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존마켓은 국내 오프라인 골프용품 시장 점유율(20%) 1위 업체다. 이곳의 판매량은 골프용품 산업 순위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핑·테일러메이드 2강 체제 유지올해 골퍼들은 ‘관용성’에 큰 점수를 준 듯 보인다. 골프에서 관용성은 정타를 맞히지 않아도 날아가는 방향이 크게 차이 나지 않게 하는 기술력을 뜻한다. 관용성을 전면에 내세워 G400 시리즈부터 대박을 터뜨린 핑은 그동안 출시한 신제품마다 ‘국민 드라이버’로 불리며 불티나게 팔렸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G425 MAX’ 제품으로 독주를 이어갔다. 그러나 같은 해 하반기에 ‘카본 클럽페이스’를 내세운 테일러메이드 스텔스에 왕좌를 내주며 2위로 밀려나기도 했다.핑은 G430을 앞세워 반년 만에 드라이버 판매 순위 1위 자리를 다시 차지했다. 기존 헤드인 MAX(고탄도), SFT(슬라이스 방지), LST(로스핀) 등 총 세 가지 타입에 초경량 버전인 G430 HL 신제품을 선보이며 승부수를 띄운 덕이다. 여기에 약 300개의 애프터마켓 샤프트를 옵션으로 제공하면서 골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테일러메이드는 신제품 스텔스2를 2위에 올려놓으며 성공적인 상반기를 보냈다. 골프클럽 유통업계 관계자는 “스텔스2가 핑의 G430보다 약 반년 늦은 올 3월 출시된 것을 고려하면 2위도 놀라운 성적”이라며 “하반기가 끝난 뒤 ‘최종 성적표’를 봐야 승부가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제품 ‘패러다임’ 드라이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캘러웨이는 3위를 기록했다. ‘공짜 유틸리티’ 마제스티, 8계단 하락페어웨이 우드 시장에선 젝시오의 ‘젝시오12’가 핑을 밀어내고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우드 부문에서 지난해 ’핑 G425 MAX‘로 1위를 휩쓴 핑은 G430 우드로 2위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골퍼들은 우드를 드라이버와 ‘세트’로 묶어 사는 경향이 있어 우드와 드라이버 순위는 비례하는 편”이라며 “젝시오12의 우드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젝시오12 드라이버는 이번 상반기 판매 순위에서 4위에 올랐다.드라이버 다음으로 교체가 잦은 웨지 시장에선 ‘보키 SM9’을 출시한 타이틀리스트가 1위를 차지했다. 타이틀리스트는 지난해 경쟁사 클리브랜드 ‘RTX 집코어’ 모델에 밀려 줄곧 2~3위권에 있다가 올해 처음 1위로 올라섰다. 클리브랜드는 비록 1위 자리를 양보했지만 ‘RTX6’ ‘MY RTX’ ‘RTX 집코어’를 2~4위에 줄 세우며 건재함을 과시했다.퍼터 시장에선 버크의 ‘TM 시리즈’가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SF 시리즈’로 1위를 차지한 지 약 1년 만이다. 지난해 하반기 1위에 오른 캘러웨이 퍼터브랜드 오디세이의 ‘EYE TRAX’는 한 계단 밀린 2위에 자리했다.프리미엄 라인 경쟁에선 혼마가 미소 지었다. 혼마는 ‘키와미5’ 모델로 우드(4위), 유틸리티(4위), 아이언(4위) 모두 ‘톱5’에 들었다. 반면 드라이버를 사면 유틸리티를 주는 파격적인 행사를 한 마제스티는 순위권 밖으로 이탈했다. 마제스티의 대표 모델인 ‘21 로얄’ 드라이버는 지난 반기 11위에 올라 ‘톱10’ 입성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는 19위에 그치며 순위가 8계단이나 밀렸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했던 마제스티의 ‘1+1 행사’가 일부 소비자에게는 거부감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한국 여자골프에 또 한 명의 꿈나무 스타가 탄생했다. 20일 경기 포천힐스CC에서 열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3 테일러메이드 드림 챌린지’에서 우승한 이세영(16·제주제일고부설방송통신고 1학년)이 주인공이다. 이세영은 버디 6개에 보기 2개로 4언더파 68타를 기록했다. 이세영은 우승으로 오는 23일부터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출전권과 포천힐스CC 1년 이용권을 따냈다.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 박성현 등과 마찬가지로 테일러메이드 클럽 풀세트와 액세서리, 의류 등을 지원받는 ‘팀 테일러메이드’ 자격까지 얻었다.“박민지보다 더 많이 우승할래요”올해로 2회를 맞는 이번 대회는 테일러메이드와 한국경제신문사, 포천힐스CC가 ‘골프 꿈나무를 육성하자’고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프로 골프선수 1명과 아마추어 선수 3명이 한 개 조를 이뤄 경기한다. 아마추어 전체 1위에게는 레이디스컵 정식 출전권을 준다.초대 우승자는 벌써 스타가 됐다. 임지유(18·수성방통고)는 지난해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뒤 ‘최강 아마추어’의 길로 들어섰다. 지난 4월 마스터스 대회 사전 행사인 오거스타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해 5위에 오르며 한국 선수로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오는 10월에는 항저우아시안게임에 태극마크를 달고 메달사냥에 나선다. 두 번째 드림 챌린지에 출전한 임지유는 경기를 마친 뒤 “지난해 우승하고 골프선수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며 “1년 사이에 더욱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버디 3개, 보기 1개를 쳐 2언더파 70타로 3위에 올랐다.이세영은 대회 도전 2년 만에 우승을 따내며 ‘무서운 아마’의 탄생을 예고했다. 그는 아마추어에서 손꼽히는 장타자다. 비거리 평균 230m 이상을 친다. 가장 자신있는 클럽도 드라이버다. 이날도 230m 안팎의 티샷을 앞세워 전반에만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잡는 무결점 플레이를 쳤다. 후반에 보기 2개를 기록했지만 곧바로 버디 2개로 만회하며 4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그는 “지난해 이븐파를 쳐 아쉬움이 많이 남아 올해는 대회 공고가 뜨자마자 바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세영의 롤모델은 KLPGA투어 최강자인 박민지다. 그는 “박민지 프로보다 더 많은 우승을 기록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프로선수들도 “초심 돌아본 기회”골프 꿈나무들에게 KLPGA투어 프로와의 라운드는 ‘꿈의 무대’다. 테일러메이드 드림 챌린지가 대회 2년 만에 여자 중고생 골퍼들에게 최고의 이벤트로 떠오른 이유다. 어린 선수들은 프로들과 함께 필드를 밟는 것만으로도 큰 자극이 된다고 한다. 이날 2위에 오른 이사랑(16·함열여고 1학년)은 “황정미 프로와 같은 조에서 쳤는데 티샷 거리부터가 달랐다”며 “그저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정규투어 코스 경험이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됐다는 참가자도 많았다. 송지아(16)는 “전장이 길고 페어웨이가 좁아 공략이 정말 어려웠다”며 “비거리를 늘려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프로들에게 전수받는 꿀팁도 큰 선물이었다. 김민서(18)는 “오늘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같은 조에서 경기한 나희원 프로에게 여러 꿀팁을 얻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린 앞에 벙커가 있고 특히 핀이 앞에 꽂혀 있을 때의 공략이 고민이었는데 나희원(29)이 “핀을 곧바로 공략하기보다 5m 뒤로 보내보라”고 조언해줬다고 한다.꿈나무들과의 라운드는 프로선수에게도 의미가 컸다. 올해도 ‘꿈나무들의 롤모델’로 참가한 나희원은 “작년만 해도 같은 조의 주니어들이 ‘샷은 어떻게 치느냐’ 등을 물어봤는데 올해는 ‘버디를 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하느냐’ ‘비거리가 늘지 않아 고민’이라고 털어놓더라”며 “1년 새 선수들이 크게 성장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세은(24)은 “골프에 대한 꿈나무들의 열정을 보니 아마추어 시절이 생각나 울컥했다”며 “저의 초심도 다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환하게 웃었다.임헌영 테일러메이드코리아 대표는 “골프 꿈나무들이 투어 프로들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배우며 자신의 꿈에 한발짝 다가가는 계기를 선물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며 “한국 유소년 꿈나무 육성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포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