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역할 맡을 자격이 되나 싶어…시상식 장면, 무거운 마음"
'1947 보스톤' 하정우 "손기정 연기, 표현 하나하나에 조심"
"베를린 올림픽 시상식 장면을 찍는데 제가 이 역할을 할 만한 자격이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 장면을 찍을 때는 이상하리만치 굉장히 마음이 무거웠죠."
영화 '1947 보스톤'은 일제 강점기인 1936년 마라토너 손기정이 독일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손기정 역할을 맡은 배우 하정우는 이 장면에서 조국이 아닌 일본의 국기를 달고 금메달을 받은 침통한 심경을 굳은 표정으로 표현했다.

손기정이 손에 든 묘목으로 가슴의 일장기를 가리는 모습도 그대로 재현했다.

인터뷰를 위해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이 장면을 언급하며 "표정 하나하나, 서 있는 자세, 화분(묘목)으로 일장기를 가리는 표현까지 모두 조심스럽고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1947 보스톤'은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손기정이 해방 직후인 1947년 마라톤 유망주 서윤복(임시완 분)의 감독으로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 출전한 실화를 다룬다.

서윤복은 이 대회에서 태극 마크를 달고 우승한다.

하정우는 올림픽 기록이 조국의 것으로 인정받지 못한 손기정의 울분에 찬 감정을 연기했다.

서윤복을 혹독하게 훈련하는 장면에선 오직 우승만을 바라보는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

그는 "손기정 선생님은 성격과 기질 자체가 굉장히 강한 분이었다"며 "그래서 서윤복 선수를 데리고 멀리 보스톤에 가서 태극마크를 달게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정우는 또 "손기정 선생님의 가족들이 제 외모가 선생님과 닮았다며 좋아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1947 보스톤' 하정우 "손기정 연기, 표현 하나하나에 조심"
'1947 보스톤' 출연을 결심한 계기를 묻자 하정우는 망설임 없이 강제규 감독의 연출작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하정우는 "어렸을 때부터 강제규 감독님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한 것만으로도 출세한 느낌"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또 "제가 대학생 시절에 강 감독님이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연출했다"며 "선망의 대상이었고 강 감독님의 영화에 출연하는 꿈이 있었는데 이 영화로 실현됐다"고 덧붙였다.

하정우는 "출연 전 대본을 읽고 손기정 선생님과 서윤복 선생님이 대회에 출전하기까지 여정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며 "이건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의 마라톤 장면이 굉장히 박진감 넘친다.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보면서 배우들과 함께 호흡한다면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정우의 설명처럼 영화 후반부 서윤복의 마라톤 경기 장면은 15분가량의 분량으로 실제 경기를 보는 듯 몰입감을 주도록 연출됐다.

역사적 실화를 다룬 영화인 만큼 서윤복이 우승하는 정해진 결말을 향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관객도 박진감을 느낄 정도다.

'1947 보스톤' 하정우 "손기정 연기, 표현 하나하나에 조심"
하정우는 2003년 '마들렌' 단역으로 영화에 처음 출연해 올해로 만 20년의 경력을 쌓았다.

영화 '국가대표'(2010)와 '황해(2011) '베를린'(2013)으로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세 차례 받았고, 드라마에선 '수리남'으로 코리아 드라마어워즈 연기대상과 청룡시리즈어워즈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밖에도 영화 '암살'(2015) '신과 함께-죄와 벌'(2017) '신과 함께-인과 연'(2018) 등이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연기력과 흥행 성적 양쪽에서 성공을 거뒀다.

하정우는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영화 '야행'과 '하이재킹' '로비'에도 출연하는 등 활동을 쉬지 않고 있다.

특히 '로비'는 하정우가 주연을 맡았을 뿐 아니라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에 이어 세 번째 연출작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처음 영화에 출연했던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묻자, 하정우는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는 "두 번째 연출작인 '허삼관'이 관객 100만 명도 넘기지 못했을 때 매우 힘들었고, '황해' 흥행 성적이 좋지 못할 때도 가슴이 아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황해'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일희일비하기보다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