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평가해 반영하는 디지털 의료기기 개발…2025년 제품화 목표"
“미국 명상 앱 업체 캄(CALM)의 예상 기업가치는 2020년 기준 2조5000억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이런 곳도 건강 상태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로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환자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평가해 반영하는 디지털 치료제 업체는 저희가 유일합니다.”

17일 한국경제신문이 만난 전홍진 메디트릭스 대표(사진)는 자사의 핵심 기술로 바이오마커(생체지표) 기반의 정신건강 평가 기술을 꼽았다. 정신건강과 관련된 바이오마커로는 다양한 것이 알려졌으나 현재 진단 목적으로는 잘 쓰이지 않고 있다. 각성 뇌파, 심장 박동수, 호흡수, 심박 변이도(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정도) 등이 대표적인 바이오마커이지만 환자마다 개인별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이에 대해 “기준을 하나로 정해놓고 정신건강을 평가하는 것은 어렵지만 한 명을 추적 관찰하면 바이오마커의 변화를 통해 자신의 기분이나 불안한 정도가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기기로 정신건강의 변화 정도를 실시간으로 바로바로 보여주면서 변화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하는 것이 우리 기술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전 대표는 진료 현장에서 약 1만 명의 바이오마커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는 “이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이용해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보니 개인별 편차 때문에 정신건강을 당장 진단하긴 어렵지만 추적 관찰 시 우울 정도가 호전되거나 악화하는 것을 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정확도는 약 90%로 우리 제품이 상용화되고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면 정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트릭스는 크게 세 가지 트랙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먼저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의자 형태의 대형 의료기기다. 우울증 환자가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하고 모션체어에 앉으면 VR 기기에서 재생되는 콘텐츠 내용에 따라 모션체어가 움직인다. 모션체어는 VR 기기로 보는 시각 정보와 몸의 자세 정보를 일치시켜 멀미를 줄여주고 몰입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어 “손끝에 착용하는 센서로 수집되는 바이오마커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 후 증상이 개선됐다는 것을 사용 후 환자에게 알려주면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은 물론 치료 과정에 믿음을 얻게 돼 증상이 개선되는 폭이 더 커진다”고 했다.

메디트릭스는 가정용 처방형 디지털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을 활용했다. 스마트워치는 생체 신호를 감지하고 스마트폰은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영상을 보여준다. 전 대표는 “밤에 자기 전에 유튜브를 보는 대신 정신건강 개선 관련 콘텐츠를 보는 것으로 우울증과 불안증세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방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웰니스용 제품도 개발 중이다. 처방형 디지털 치료제와 비슷하지만, 앱스토어에서 조건 없이 간편하게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해 접근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처방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주요 기능 중 일부는 제한될 수 있다.

전 대표는 “우선 병원용 의료기기를 선두로 내년부터 임상시험을 시작할 것”이라며 “탐색 임상과 확증 임상을 내년 끝내고 2025년 제품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디트릭스는 삼성서울병원에서 2022년 6월 교원창업한 기업으로 전 대표는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디지털치료연구센터장, 성균관의대 연구부학장으로 있다.

지난 7월엔 메디트릭스가 중소벤처기업부 ‘딥테크 팁스(TIPS)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딥테크 팁스는 기술력이 우수한 스타트업을 선정해 3년간 기술개발자금 최대 15억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 처음 생겼다. 딥테크 팁스 선정 기업 중 디지털치료제 및 의료기기 개발업체론 메디트릭스가 유일하다. 메디트릭스는 임상시험을 위한 추가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