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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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할 수 있습니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경제계와 산업연구기관에 몸담은 민간 전문가 80여명은 한 목소리로 이 같은 경고를 내놨다. 이 같은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이들은 지난 10개월 동안 머리를 맞대고 '산업대전환 제언'을 마련해 18일 전달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11월 '산업대전환 포럼'을 구성해 논의의 장을 마련했고, 대한상의를 포함한 경제단체 4곳과 산업기술진흥원(KIAT)을 포함한 전담기관·정부출연연구기관 3곳 등 민간이 참여해 투자·인력·생산성·기업성장·글로벌·신비즈니스 등 6개 미션에 대한 논의를 주도, 46개 과제를 도출했다.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투자)과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인력), 김현석 삼성전자 고문(생산성),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기업성장), 이성용 아서디리틀 한국대표(글로벌),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대표(신비즈니스)가 참여했다.

이들은 "우리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며 "첨단산업 분야 글로벌 각축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산업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부가 전액 출자한 국가투자지주회사를 설립해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적·장기적 투자를 수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테마섹을 모델로 삼은 지주사로서 첨단산업의 연구·생산 시설 확충을 돕는‘자본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첨단산업 분야에 필요한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금과 기업의 자금 사정을 고려해 기존 민간 투자방식인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방식을 뒤집은 '리버스(Reverse)-BTL' 제도 시행을 건의했다. 리버스 BTL 제도는 정부가 지은 팹(공장)을 기업에 소유권과 운영권을 양도·대여하는 것이다. 정부는 임대 등의 대가로 임대료를 받는다.

경쟁국 대비 과도한 규제를 최우선 해소하는 '글로벌 스탠다드 규제 준칙주의'와 규제 사후 조정으로 산업활동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산업영향평가 제도 도입'도 건의했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재 26.4%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23.1%) 수준을 낮추는 한편 법인세 최저세율(17%)도 전 세계 평균(15%) 수준으로 인하하는 방안도 건의했다.

첨단산업 분야 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업종별 인재자원개발협의체(SC) 역량 강화 등으로 산업계 주도형 인력 양성을 강화한다. 기존 재직자의 기능 훈련을 강화한 '1인 1기능'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제2의 반도체'와 같이 세계시장 1등 선점이 가능한 '글로벌 톱 프로젝트'를 기업 주도로 개발해 국가 생산성 향상을 견인하자는 제언도 담겼다.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해외 인재에 신속한 입국지원과 파격적 정착 여건을 제공하는 '인재 레드카펫' 제도도 제안했다.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높이기 위한 한국형 아이맥(IMEC) 구축도 제안했다. IMEC는 벨기에의 반도체 분야 국제 공동연구소다.

산업부 관계자는 "제언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