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밑그림이 나왔다. 어제 부산에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지방시대 선포식’ 내용을 보면 세제·규제·재정·정주 여건 등의 정책 수단을 동원해 기업 분산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이전 기업에 대한 파격적 지원 방안을 담은 기회발전특구 지정안을 비롯해 교육자유·도심융합·문화 등 4대 특구 육성 계획도 돋보인다. 새로운 개념의 도심융합특구는 한마디로 일자리(기업) 삶(주거) 여가(상업·문화)를 집약한 ‘판교 테크노밸리’ 같은 복합거점을 KTX역 주변에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의 핵심 키워드가 기업·교육·문화라는 점에서 일단 핵심은 잘 짚었다.

국토 균형발전과 지역소멸 방지는 여야와 보혁을 떠나 국가적 난제다. 인구절벽 위기도 저출산 자체보다 각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사회적 이동에 따른 지역 침체가 더 문제다. 명칭만 조금씩 달랐을 뿐, 이번에 분권발전계획을 총괄한 지방시대위원회와 비슷한 특별 조직이 역대 정부에도 있었다. 지방 이전 기업과 창업 기업에 대한 법인·소득·재산세 혜택이 이번에 확대되긴 했지만, 과거에도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어 지역 기업 이전과 활동이 부진했던 것은 아니었다.

균형발전과 지역 살리기는 중앙정부의 시혜적 지원과 부분적 권한 이양만으론 안 된다. 이제 지역 스스로 재기와 부활, 도약 의지를 다지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구소멸을 막고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기업 등 사업장 유치가 가장 효과적이고 긴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제 지원이나 정부 사무의 부분적 지방 위임 정도로는 한계가 있다. 환경 분야를 비롯해 헌법보다 더 엄격하다는 지방의 조례 규제부터 혁신해야 한다. 종종 ‘원님 아래 아전’을 방불케 하는 지방자치단체 행정도 한 단계 발전해야 한다. 새만금의 잼버리 주관 대참사가 전라북도만의 구태라고 보기 어렵다.

지방세제 개선 등을 통한 지방재정 확충, 지역 특색을 살리는 자치 교육 등 앞으로 보완할 게 적지 않다. 하지만 수도권 기업의 이전도, 강릉 테라로사 같은 로컬 창업의 활성화도 관건은 각 지역의 의지와 역량이다. 진일보한 현 정부의 균형발전 청사진이 조기에 결실을 내도록 국회도 입법 지원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