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9월5~7일 서울대 우수인재 채용박람회를 종합체육관에서 개최했다. 경기침체로 올해 하반기 취업문은 지난해보다 좁아질 전망이다. /공태윤
서울대는 9월5~7일 서울대 우수인재 채용박람회를 종합체육관에서 개최했다. 경기침체로 올해 하반기 취업문은 지난해보다 좁아질 전망이다. /공태윤
'삼성전자 DX부문 회로개발 수행업무 : 각종 디바이스 시스템 구성에 필요한 회로 요소를 구현 및 최적화하여 안전한 제품을 설계하는데 기여하는 업무'
삼성그룹이 9월11일부터 올해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3급) 채용공고를 냈다. 삼성은 채용 홈페이지 '삼성 커리어스닷컴'을 개편했다. 각 계열사별로 지원 직무에 대한 상세설명을 공고문에 담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DX(디바이스 경험)부문과 DS(반도체 사업)부문을 나눠 채용공고를 내기도 했다. 삼성은 9월18일까지 1주일간 모두 20개 계열사가 대졸 공채 원서를 접수했다.

삼성을 비롯한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기업들이 일제히 하반기 대졸 신입 채용에 돌입 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이 부진하고 글로벌 경영환경이 불투명해 지면서 대졸 취업시장은 지난해보다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기업 10곳중 6곳 "채용계획 없거나 수립못해"
올해 하반기 대기업 10곳 가운데 6곳은 채용계획이 없거나 아직 수립조차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48.0%는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 비율은 16.6%에 달했다.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은 35.4%로 지난해(38.0%)보다 줄었다. 이 중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채용을 유지하겠다는 기업은 57.8%, 줄이겠다는 기업은 24.4%로 집계됐다. 늘리겠다는 기업 비율은 17.8%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신규채용에 소극적인 이유는 뭘까? 응답기업의 25.3%는 '수익성 악화·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 경영 돌입'을 꼽았다. 또한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고금리·고환율에 따른 경기 악화'(19.0%), '원자재 가격 상승·인건비 증가 등에 대비한 비용 절감'(15.2%)도 주요 이유로 지목됐다.

대졸 신규 채용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과제로는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및 고용 확대 유도'(39.4%), '고용 증가 기업 인센티브 확대'(25.2%), '신산업 분야 기업 지원'(15.7%), '진로지도 강화 등 미스매치 해소'(8.7%) 등의 대답이 나왔다. 응답 기업들은 올해 대졸 신규 채용 예상 경쟁률을 평균 81대 1로 전망했다.
올해 대기업 대졸 채용...경기 침체로 취업문은 '바늘구멍'
◆현대차,6년만에 잡페어…온라인 설명회 넘쳐
주요기업들이 채용규모를 줄이고 있지만 9월초 각 기업들은 일제히 채용설명회를 열고 우수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6년만에 '현대차 잡페어'를 개최했다. 현대차는 9월8∼1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쎈느'에서 잡페어를 열었다. 현대차는 대규모 채용설명회인 잡페어를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연2회 개최해 왔으나, 상시채용 도입으로 그동안 중단했었다. 잡페어는 팝업스토어 형태로 현대차 구성원의 일과 성장, 기업문화를 소개하는 팝업 전시와 '현직자와 함께하는 소통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소통 프로그램은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현직자와 직무에 관해 이야기하는 '리버스 인터뷰'와 현대차 구성원의 성장 스토리를 듣는 '팀 현대 토크' 등으로 진행했다. 기아도 맞춤형 오프라인 취업 상담회 '어쩌다 취준생 시즌 3'을 9월8~10일 EV 성수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서 열었다. '어쩌다 취준생'은 취업준비생들에게 기아의 채용 정보를 제공하고 취업 전반에 관한 도움을 주고자 진행하는 행사다. 시즌 3은 기아 인사담당자와의 1대 1 취업 상담, 300여개 문항을 통해 행동·성격 요인을 분석하고 직업 적성과 관심 분야를 제시하는 버크만 커리어 진단으로 구성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김남구 회장과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올해도 대학교 채용설명회에 참석했다. 9월 12일에는 연세대, 14일 고려대, 18일 서울대, 21일 한양대 채용설명회에서 '예비 증권인'들을 만났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기업들의 온라인 채용설명회는 일반화 됐다. SK이노베이션 계열의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엔무브,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어스온 등 6개사는 메타버스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엔씨소프트는 9월 6일 오후 7시부터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채용설명회를, 8일 오전 10시부터는 채용상담 플랫폼 '커리어톡'에서 직무상담회를 개최했다. 포스코는 공식 유튜브 채널 '포스코TV', 대표 미디어 채널 '포스코 뉴스룸' 등을 통해 다양한 채용 관련 콘텐츠를 게재해 지원자들과 소통했다.
올해 대기업 대졸 채용...경기 침체로 취업문은 '바늘구멍'
◆조선·철강,자동차·배터리 산업은 채용 확대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줄이고 있지만 인재 채용을 오히려 늘리는 산업이 있다. 최근 각광받는 자동차·배터리 분야와 조선·철강 중후장대 산업이다.
오랜 침체에서 벗어난 조선·철강산업은 인력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030 세대들이 지방 근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지만 구직자들이 포항, 광양 등 포스코 생산거점이 있는 지방 근무를 꺼리고 있어 인력 확보를 못하고 있다.
한화그룹 편입 후 처음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한화오션은 올 하반기에만 100여명의 대규모 신규채용을 계획중이다. 22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삼성중공업도 적극적으로 신규채용에 나서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물류와 해운, 유통, 신사업 등 전 사업영역에서 채용중이다. 현대글로비스는 9월 9일 취업 희망자 300여 명을 서울 성수동 본사로 초청해 인사 담당자, 현직 선배 사원이 들려주는 채용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최근 1년 동안 기존 인원의 30%가 넘는 700여 명을 충원한 포스코퓨처엠도 신입과 경력 전 부문에 걸쳐 대규모 인재 채용에 나섰다. 이 회사는 주력인 양극재·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 사업의 성장으로 매년 최대 매출을 경신 중이다.

◆5개 은행 'SSAFY'출신 채용시 우대
인문계 출신들이 선호하는 은행권 채용도 일제히 열렸다. 하나은행은 디지털·ICT, 지역인재, 디자인 크리에이터 등 4개 부문에서 180명을 선발키로 했다. 신한은행은 일반직 신입 행원 등 250명의 채용을 진행중이다. 신한은행은 디지털·ICT 수시 채용, ICT 특성화고 수시 채용, 사회적 가치 특별채용도 하고 있다. DGB대구은행은 6주간의 채용연계형 인턴을 공개 채용하고 있다. 은행들의 채용 특징은 '금융전문성'과 '디지털 역량'이다. 때문에 신한은행은 필기시험에서 지원자의 논리적 사고, 알고리즘 설계능력, 상황판단을 평가하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치르고 있다. 하나은행도 필기시험에서 디지털 상식을 몇년전부터 평가하고 있다.특히 국내 5대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은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와 업무협약을 맺고 SSAFY출신을 채용시 우대하고 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