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오래 누적된 스트레스와 무력감, 최근 단기간 분출"
잇따르는 교사 극단 선택…"집단 스트레스 완화 통로 만들어야"
최근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교직사회가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통로가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관리 강화를 촉구했다.

10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교사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 가운데 일부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그간 교사들에게 누적됐던 스트레스와 무력감 등이 최근 단기간에 일어난 사건과 맞물리며 극단적 선택이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직사회가 '집단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우리 사회에서 교사 집단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 그 기대감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따라온다"며 "학생들을 담당해야 하는 책임감과 학교 업무적 스트레스까지 다각도로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오랫동안 누적된 스트레스가 최근 단기간의 사건들로 도화선에 불이 붙은 것처럼 (극단적 선택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통로가 없어 그런 선택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철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최근 연이은 교사 극단적 선택 소식을 접하고 모방 자살로 이어지는 면이 있다"고 봤다.

실제 7일 숨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 A씨 사례를 보면 서이초 교사 사망의 영향을 일부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교원노조 등에 따르면 A씨는 학부모의 아동학대 신고로 경찰·검찰 조사를 받은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교원노조가 7월 실시한 교권침해 사례 조사에서 "3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서이초 선생님 사건을 보고 공포가 떠올랐다"라고 밝혔다.

잇따르는 교사 극단 선택…"집단 스트레스 완화 통로 만들어야"
이와 별도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녹색병원이 8월 16∼23일 전국 교사 3천505명을 대상으로 직무 관련 마음 건강 실태조사를 한 결과 교사 24.9%가 경도 우울 증상을, 38.3%는 심한 우울 증상을 보였다.

동일한 조사 도구로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심한 우울 증상 유병률이 8∼10%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교사 집단의 특성과 상황에 맞게 교사들이 스트레스를 완화할 통로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이 교수는 "상태가 불안정해 보이는 교사를 특정해서 정신 상담이나 치료를 받으라고 하면 낙인이 될 수 있으므로 누구나 편하게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예컨대 상담 버스를 운영하거나 치료 비용을 지원하는 것 등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사의 업무 강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 회장은 "학부모와 교사의 직접적 소통은 업무의 연장이므로 직접적 소통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교사의 행정 업무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집단 내에서 자생적으로 문제를 개선하는 문화와 제도를 만들어 스트레스를 분산함으로써 극단적 선택까지 이르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