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706조원, 임직원 2만4000여 명의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 회장으로 8일 내정된 양종희 KB금융 부회장(62·사진)은 전략·재무 분야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만큼 그룹 비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 부회장단 3인 중 가장 먼저 부회장에 오르며 ‘포스트 윤종규’ 1순위로 꼽혀왔다.

○꼼꼼한 ‘형님 리더십’

'非은행 부문' 키운 양종희, 706조 KB 이끈다
올초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사옥 22층의 양 내정자 사무실은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후계자 검증에 나선 윤 회장이 부회장단 3인의 업무를 맞바꾸면서 디지털·정보기술(IT) 부문장을 맡던 양 내정자가 개인고객·자산관리·소상공인 부문장으로 업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는 밤늦은 시간까지 서류를 검토하고 국민은행과 KB증권 영업점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양 내정자는 꼼꼼하면서도 소탈한 성격이어서 따르는 후배가 많은 편이다. 그는 윤 회장이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하던 2010년 지주사 경영관리부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2014년 KB금융지주 전략기획담당 상무 시절엔 윤 회장 밑에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 실무를 맡아 KB금융의 차기 리더로 자리 잡았다. 당시 KB금융 내부에선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양 내정자가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선 손해보험사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윤 회장이 구자원 LIG그룹 회장을 독대한 끝에 인수가를 400억원 낮춘 6450억원으로 담판 지었다. 양 내정자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전무를 건너뛰고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양 내정자는 2016년 KB금융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KB손해보험 대표에 취임했다. 보험업 경력이 없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노조와의 갈등을 봉합하며 인수 후 통합(PMI)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KB금융 계열사 대표는 한 차례 연임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양 내정자는 3연임하며 5년간 대표를 지냈다. KB손보는 지난해 557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가 KB금융이 강정원 국민은행장 겸 부회장 이후 10년 만에 부활시킨 부회장직의 첫 번째 주인공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2021년부턴 KB금융 부회장으로서 윤 회장을 도와 그룹 경영을 주도했다.

○글로벌 사업 확대 과제

10년 가까이 KB금융을 이끌며 세 배 넘는 순이익 증가를 이끌어온 윤 회장의 뒤를 잇게 된 양 내정자 앞엔 ‘리딩금융그룹 수성’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KB금융은 2017년 첫 3조원대 순익을 달성한 뒤 2021~2022년엔 2년 연속 4조원대 순이익을 냈다. KB금융이 은행-증권-카드-보험으로 이어지는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완성도 높은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만큼 안정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사업 비중을 40%로 끌어올리겠다는 KB금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해외 진출 확대와 함께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도 필요하다.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정상화도 이뤄내야 한다. 국민은행이 2018년 인수한 부코핀은행은 코로나19 사태로 소매 금융 부실이 커지면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국민은행은 올해까지 1조1025억원을 추가 투자해 부실채권 정리 등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 내정자가 지주 전략·재무업무 경험이 풍부한 데다 KB손보 대표를 지낸 만큼 비은행과 글로벌 분야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1961년 전북 전주 출생
△1980년 전주고 졸업
△1987년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1989년 주택은행 입행
△2008년 KB금융지주 이사회 사무국장
△2010년 KB금융지주 경영관리부장
△2014년 KB금융지주 전략기획담당 상무
△2015년 KB금융지주 부사장
△2016년 KB손해보험 대표
△2019년 KB금융지주 보험부문장
△2021년 KB금융지주 부회장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