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인도 협력센터장 인터뷰
"인도, 과학기술협력 최적 파트너…장기적 신뢰 쌓아야"
"한국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국제 협력에 있어 인도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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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연구한 기간만 10년째인 이승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인도 협력센터장은 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강조하는 과학기술 분야 국제협력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미래 소재로 주목받는 '맥신(MXene)'의 표면 분자 분포를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 국제학술지 '나노스케일'에 발표해 주목받은 이 센터장은 인도와 협력 연구의 강점으로 원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우수한 현지 연구 인력이 많다는 점을 꼽았다.

이 센터장은 "한국에도 우수한 연구자가 많지만, 취업 등을 하려면 논문을 일정 편수 이상 써야 하는 등의 이유로 원천성 있는 연구에 몰두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인도는 성장하는 국가인 만큼 취업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원천 연구에 몰두하려는 의욕을 가진 연구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인도 정보기술(IT)의 중심지 벵갈루루에 위치한 KIST 한·인도협력센터에는 이 센터장을 제외한 연구원 7명 모두가 인도 학자들이다.

협동연구 등으로 센터와 교류하는 인도 기관도 인도과학원(IISc)과 뭄바이 인도 공과대학(IIT 봄베이), 부바네스와르 인도 공과대학(IIT 부바네스와르), 자와할랄네루 고등과학연구센터(JNCASR) 등 8곳이다.

최근 발표한 멕신 표면 분자 분포 예측 방법 연구 역시 이 센터장 외에 다른 저자들은 같은 센터의 나미타 안나 코시 연구원을 비롯해 IIT봄베이의 아눕 쿠마르 만디아 박사 등 모두 인도 연구진이다.

"인도, 과학기술협력 최적 파트너…장기적 신뢰 쌓아야"
이 센터장은 "논문 편수에 집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지만, 센터는 지난 10년간 단독 또는 협동 연구를 통해 물리, 화학, 재료, 컴퓨터공학 분야에서 SCI(과학기술인용색인)급 논문만 80편을 발표할 정도로 성과를 냈다.

소재물성 예측 플랫폼 개발과 이를 이용한 이론 및 소스 코드 개발도 활발하다.

이 센터장은 인도와 과학기술 연구 협력에 있어 '윈-윈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동 연구가 일방 국가만 혜택받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지적인 영역을 넓히는 작업을 한국과 인도가 같이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양국이 강점이 가지는 분야와 비교우위를 잘 파악해 서로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협력 연구 방법론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연구 주제와 방향을 제시하되 지적재산은 양국이 공동으로 가지는 식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측면에서 고가 장비가 필요한 실험과 관련된 분야보다는 컴퓨터를 이용한 모델링, 시물레이션, 이론 연구 등 분야가 인도와 협력 여지가 크다고 본다고 이 센터장은 소개했다.

인도가 국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우주, 원자력 분야 등에서는 "당장 한국이 협력 파트너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신뢰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천 연구를 자신이 주도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10년 전인 2013년 인도행을 택했다며 "첫 3년이 지나니 자신감이 생기고 그러다 보니 이곳에서 연구하고 싶은 게 자꾸 생기더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에서 연구할 국내 연구자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며 이들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길 희망했다.

이 센터장은 "인도는 한국과 협력 연구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며 "원천 연구에 관심 있는 국내 연구자들은 인도에서 자신의 연구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