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차 배우 이선균, 인생작이 수두룩한 독보적인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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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하늘의 롱테이크
이선균의 인생작은?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 도전
'잠'에서 보여줄 새로운 얼굴
이선균의 인생작은?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 도전
'잠'에서 보여줄 새로운 얼굴
배우 이선균의 인생작 하나만 꼽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드라마 '파스타'(2007)에서 '봉골레 파스타 하나'를 외치는 까칠하면서도 다정한 셰프 최현욱, 영화 '화차'(2012)에서 거짓말투성이의 약혼자 차경선(김민희)의 뒤를 쫓는 장문호, '끝까지 간다'(2014)에서 되돌릴 수 없는 실수로 모든 일이 꼬인 형사 고건수, 영화 '킬링 로맨스'의 버터를 한 움큼 먹은 듯 느끼한 매력의 조나단까지.
1999년 비쥬의 '괜찮아' 뮤직비디오로 데뷔한 이선균은 데뷔 24주년을 맞았다. 그만큼 필모그래피에는 이선균의 연기 발자취가 묻어있는 작품들이 무수히 포진해있다.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대표작(인생작)을 묻는 질문에 이선균조차 "하나만 꼽기만 힘들다. 모두 소중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선정하긴 했으나 이선균의 마음속엔 참여한 모든 작품이 인생작이자 대표작일 터다.
오는 6일 개봉하는 '잠'(감독 유재선)에서 이선균은 또 하나의 인생작을 갱신한 듯하다. 영화는 신혼부부 현수(이선균)과 수진(정유미)에게 닥친 악몽을 조명한다. 잠들기만 하면 이상한 행동을 하는 남편 현수가 무서운 수진의 애쓰는 모습이 담겨있다.
잠드는 순간 낯선 사람으로 변하는 현수 역의 이선균은 자기 행동을 모르기에 태평한 태도를 보이다가, 극심한 불안을 느끼는 아내 수진으로 인해 바뀌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다정다감한 신혼부부에서 삶이 균열된 모습까지. 이선균은 다채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이선균의 인생작을 하나로 꼽을 수 없는 만큼, 신중하게 선택한 이선균을 대표하는 얼굴들을 소개한다.
이선균이 맡은 장문호는 자신을 속인 약혼녀 선영의 실종에 무력감을 느끼다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행동파다. 차츰 실마리를 찾지만, 내가 사랑했던 여자가 그럴 리가 없다는 강한 부정과 배신감에 한없이 추락한다. 그럼에도 선영의 사정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 대해 존중을 하는 아이러니한 인물이기도 하다. 장문호의 심경을 알 수 없는 복잡함과 터져 나오는 답답함을 눌러 삼킬 수밖에 없는 연기는 이선균의 입체적인 연기로 완성됐다.
껄렁껄렁하면서도 할 일이 없는 한량 같은 문수는 전 여자친구인 선희에게 아직도 미련이 있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인다. 나이 든 선배 감독 재학(정재영)과 오랜만에 술잔을 기울이면서 속내를 터놓기도 하고 도무지 생각을 헤아리기 힘든 선희의 마음을 추측하는 찌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선희의 행동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는 최교수(김상중)과 문수, 재학의 덤앤더머 같은 태도는 '우리 선희'의 웃음 포인트다.
경찰 내부에서 실종과 뺑소니 사건이 시작되고, 범인인 건수는 안절부절못한다. 밉상 캐릭터이지만 안쓰럽기까지 한 건수 역의 이선균은 정말 끝까지 달려간다. 덮어버린 사건을 파헤치려는 의문의 목격자 박창민(조진웅)이 나타나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친다. 이때, 언뜻언뜻 보이는 이선균의 선악 경계가 보이는 표정은 과연 관객이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만든다. 애쓰는 이선균의 몸짓에 벌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되면서도 왜인지 불쌍해 보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간다'는 휘몰아치는 사건의 전개와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열연으로 관객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들 가족에게 변수가 된 가정부 문광(이정은)은 비슷한 삶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기택의 가족은 자신들과는 다른 이야기인 양 무시하고 견제한다. 비가 오는 날, 열어준 문을 계기로 정체를 숨긴 채 박사장의 집에서 기생하던 기택의 가족들은 졸지에 위기로 내몰린다. 극 중에서 이선균이 맡은 박 사장은 젠틀하지만 은근한 무시가 깔린 인물이다. 운전기사로 일하는 기택을 향해 킁킁거리면서 어디선가 냄새가 난다는 모습이나 '저게 뭐냐는' 식의 깔보는 눈빛. 기택의 기폭제가 되는 박사장은 이선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균형감을 갖는다.
결혼을 통해 현실에서 도피하려던 여래는 조나단에게 붙잡혀서 꼭두각시처럼 살게 된다. 옆집에 사는 4수생 범우(공명)의 도움으로 여래는 조나단으로부터 벗어날 계획을 세운다. 화려한 패턴의 양복과 코에 붙인 콧수염, 끓어오르는 승부욕으로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조나단. 어쩌면 기존의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던 캐릭터인 조나단은 이선균의 내공이 느껴지는 연기로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처럼 그려졌다. 도저히 견뎌내기 힘든 조나단은 마치 만화 캐릭터처럼 움직이고 말투 역시 묘하지만, 코미디 연기 변신으로 '역시 이선균이다'라는 수식이 절로 나오도록 했다.
최한성은 고은찬이 여자라는 비밀을 알고 지켜주기도 하고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가 되주기도 한다. 너그러운 모습이지만 한유주(채정안) 앞에서만큼은 불안감에 불쑥 불쑥 날 것의 감정이 튀어나오는 남자다. 고은찬과 최한결의 로맨스만큼이나 최한성과 한유주의 살얼음 같은 사랑도 '커피프린스 1호점'을 풍성하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교회 오빠 같은 푸근한 미소와 흠잡을 것 없는 완벽함으로 무장한 최한성은 이선균의 섬세한 감정 연기로 완성됐다.
'공블리' 공효진의 사랑스러운 매력과 불 같은 성미로 레스토랑 직원들을 휘어잡는 이선균의 까칠한 매력으로 '파스타'는 당시 최고시청률 21.2%를 기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톰과 제리처럼 싸우던 두 사람이 연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흥미진진한 요소다. 극 중에서 이선균은 서유경에게 반한 것을 애써 부정하다가 어느 순간 푹 빠져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는 사랑꾼 면모를 보여줬다. 과거 전 여자친구였던 오세영(이하늬)에게 배신을 당한 탓에 사랑 앞에서 마음을 열지 않았다가 서유경으로 인해 변하는 이선균. 사랑에 빠진 남자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이선균은 드라마 '파스타'로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으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지안은 자신이 쉴 수 있는 커다란 그늘이 되어줄 부모나 어른이 부재하고, 박동훈은 아내와 속마음을 터놓고 의지하는 관계가 될 수 없다. 세상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지만, 어딘가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공허함과 차가운 공기만 감도는 추운 겨울날 작은 따스함이 되어주는 이들. 박상훈(박호산), 박기훈(송새벽), 박동훈으로 구성된 사고뭉치 삼 형제는 마음이 갈기갈기 찢긴 이지안에게 어른이 되어주면서 변화되기 시작한다. 특히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라는 마지막 회에서 이지안과 박동훈이 서로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에서 이선균의 내레이션은 가슴이 먹먹하다. '나의 아저씨'가 묘사하는 관계는 동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위로가 된다.
배우 이선균의 연기 변신은 아직 현재 진행 중이다. 인터뷰를 통해 "'무빙'과 같은 히어로물도 해보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임하고 무엇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로 필모그래피에 굵직굵직한 작품들을 새겨 넣었다. 데뷔 24년 차의 베테랑으로 이미 많은 장르와 캐릭터를 도전했겠지만, 어째서인지 이선균에게 보지 못한 또 다른 얼굴들이 있을 것만 같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오는 6일 개봉하는 '잠'(감독 유재선)에서 이선균은 또 하나의 인생작을 갱신한 듯하다. 영화는 신혼부부 현수(이선균)과 수진(정유미)에게 닥친 악몽을 조명한다. 잠들기만 하면 이상한 행동을 하는 남편 현수가 무서운 수진의 애쓰는 모습이 담겨있다.
잠드는 순간 낯선 사람으로 변하는 현수 역의 이선균은 자기 행동을 모르기에 태평한 태도를 보이다가, 극심한 불안을 느끼는 아내 수진으로 인해 바뀌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다정다감한 신혼부부에서 삶이 균열된 모습까지. 이선균은 다채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이선균의 인생작을 하나로 꼽을 수 없는 만큼, 신중하게 선택한 이선균을 대표하는 얼굴들을 소개한다.
■ 영화 '화차'(2012) 감독 변영주
일본 미야베 미유키의 장편소설 '화차'를 원작으로 한 영화 '화차'(감독 변영주)는 자신의 인생을 가짜로 설계하고 살아가는 선영/차경선(김민희)의 이야기다. 벗어날 수 없는 고단하고 가난한 삶의 끝자락에서 차경선이 선택한 생존 방법은 누군가의 이름과 삶을 빼앗는 것. 영화의 마지막에 도달해 이런 차경선의 과거가 드러나기에 관객들과 선영의 약혼자 장문호(이선균)은 같은 호흡으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이선균이 맡은 장문호는 자신을 속인 약혼녀 선영의 실종에 무력감을 느끼다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행동파다. 차츰 실마리를 찾지만, 내가 사랑했던 여자가 그럴 리가 없다는 강한 부정과 배신감에 한없이 추락한다. 그럼에도 선영의 사정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 대해 존중을 하는 아이러니한 인물이기도 하다. 장문호의 심경을 알 수 없는 복잡함과 터져 나오는 답답함을 눌러 삼킬 수밖에 없는 연기는 이선균의 입체적인 연기로 완성됐다.
■ 영화 '우리 선희'(2013) 감독 홍상수
이선균은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옥희의 영화'(2010), '첩첩산중'(2009), '어떤방문:디지털삼인삼색'(2009), '밤과 낮'(2008) 등의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 여러 차례 출연했다. 특히 영화 '우리 선희'(감독 홍상수)에서 이선균의 날 것의 매력이 물씬 드러난다. '우리 선희'는 '잠'에서 호흡을 맞추는 정유미의 출연작으로, 이선균은 선희(정유미)의 영화과 선배이자 갓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문수 역을 맡았다.껄렁껄렁하면서도 할 일이 없는 한량 같은 문수는 전 여자친구인 선희에게 아직도 미련이 있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인다. 나이 든 선배 감독 재학(정재영)과 오랜만에 술잔을 기울이면서 속내를 터놓기도 하고 도무지 생각을 헤아리기 힘든 선희의 마음을 추측하는 찌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선희의 행동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는 최교수(김상중)과 문수, 재학의 덤앤더머 같은 태도는 '우리 선희'의 웃음 포인트다.
■ 영화 '끝까지 간다'(2014) 감독 김성훈
얼굴에 '짜증'이라는 글자가 쓰여있는 것 같은 남자, 형사 고건수(이선균)는 아내의 이혼 통보와 내사 소식과 실수로 사람을 치는 사고, 어머니의 장례식까지 줄줄이 안 좋은 일을 겪는다. 최악의 하루라고 손꼽을만한 고건수의 운수 나쁜 일들은 분노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린다. 그다지 성실하고 착실한 형사는 아닌 고건수는 자신이 친 사람의 시체를 어머니의 관 속에 숨기는 불효를 하기까지 한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경찰 내부에서 실종과 뺑소니 사건이 시작되고, 범인인 건수는 안절부절못한다. 밉상 캐릭터이지만 안쓰럽기까지 한 건수 역의 이선균은 정말 끝까지 달려간다. 덮어버린 사건을 파헤치려는 의문의 목격자 박창민(조진웅)이 나타나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친다. 이때, 언뜻언뜻 보이는 이선균의 선악 경계가 보이는 표정은 과연 관객이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만든다. 애쓰는 이선균의 몸짓에 벌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되면서도 왜인지 불쌍해 보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간다'는 휘몰아치는 사건의 전개와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열연으로 관객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 영화 '기생충'(2019) 감독 봉준호
봉준호 감독의 걸작 영화 '기생충'에 기택(송강호)의 가족이 특유의 유쾌함과 뻔뻔함을 보여준다면, 박동익 사장(이선균)의 가족은 진실을 모르는 무지함으로 블랙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준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일종의 계급 우화다. 전원 백수로 살아가는 기택의 가족이 장남 기우(최우식)의 고액 과외를 시작으로 글로벌 IT 기업의 CEO인 박사장의 저택에 진입하기까지의 과정은 일사천리다.이들 가족에게 변수가 된 가정부 문광(이정은)은 비슷한 삶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기택의 가족은 자신들과는 다른 이야기인 양 무시하고 견제한다. 비가 오는 날, 열어준 문을 계기로 정체를 숨긴 채 박사장의 집에서 기생하던 기택의 가족들은 졸지에 위기로 내몰린다. 극 중에서 이선균이 맡은 박 사장은 젠틀하지만 은근한 무시가 깔린 인물이다. 운전기사로 일하는 기택을 향해 킁킁거리면서 어디선가 냄새가 난다는 모습이나 '저게 뭐냐는' 식의 깔보는 눈빛. 기택의 기폭제가 되는 박사장은 이선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균형감을 갖는다.
■ 영화 '킬링 로맨스'(2023) 감독 이원석
이원석 감독의 전무후무한 영화 '킬링 로맨스'에서 이선균은 필모그래피의 또 하나의 기록적인 캐릭터를 자리매김했다. '킬링 로맨스'는 발연기로 인해 국민의 조롱거리가 된 톱스타 여래(이하늬)와 운명처럼 만난 조나단(이선균)의 달콤·살벌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극 중에서 이선균이 연기한 조나단은 자아도취적인 태도와 능글거리는 말투와 표정으로 단숨에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더욱이 아내 여래를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대하면서 구속하려는 가부장적인 태도는 여래가 죽여주는 계획을 세우는 계기가 된다.결혼을 통해 현실에서 도피하려던 여래는 조나단에게 붙잡혀서 꼭두각시처럼 살게 된다. 옆집에 사는 4수생 범우(공명)의 도움으로 여래는 조나단으로부터 벗어날 계획을 세운다. 화려한 패턴의 양복과 코에 붙인 콧수염, 끓어오르는 승부욕으로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조나단. 어쩌면 기존의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던 캐릭터인 조나단은 이선균의 내공이 느껴지는 연기로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처럼 그려졌다. 도저히 견뎌내기 힘든 조나단은 마치 만화 캐릭터처럼 움직이고 말투 역시 묘하지만, 코미디 연기 변신으로 '역시 이선균이다'라는 수식이 절로 나오도록 했다.
■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
'커피프린스 1호점'은 남장여자 고은찬(윤은혜)가 정략결혼을 피하기 위해서 고은찬과 연인 행세를 하는 최한결(공유)의 로맨틱코미디다. 당시, 최고시청률 27.8%를 기록한 '커피프린스 1호점'은 시청률만큼이나 등장하는 배우들의 인기도 대단했다. 이선균은 극 중에서 최한결의 사촌형으로 누구에게나 사람 좋은 미소를 보여주지만, 속내만큼은 쉽게 드러내지 않는 최한성 캐릭터를 연기했다.최한성은 고은찬이 여자라는 비밀을 알고 지켜주기도 하고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가 되주기도 한다. 너그러운 모습이지만 한유주(채정안) 앞에서만큼은 불안감에 불쑥 불쑥 날 것의 감정이 튀어나오는 남자다. 고은찬과 최한결의 로맨스만큼이나 최한성과 한유주의 살얼음 같은 사랑도 '커피프린스 1호점'을 풍성하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교회 오빠 같은 푸근한 미소와 흠잡을 것 없는 완벽함으로 무장한 최한성은 이선균의 섬세한 감정 연기로 완성됐다.
■ MBC 드라마 '파스타'(2010)
동굴처럼 깊은 저음과 츤데레 캐릭터로 뭇 여성들의 마음들을 흔든 드라마 '파스타'의 셰프 최현욱. '봉골레 파스타 하나~'는 대표적인 유행어가 되어 다양한 매체를 통해 패러디됐을 정도로 큰 인기몰이를 했다. '파스타'는 레스토랑 '라스페라'에서 요리사를 꿈꾸는 서유경(공효진)과 최현욱의 달콤살벌한 로맨스와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들의 성장기다.'공블리' 공효진의 사랑스러운 매력과 불 같은 성미로 레스토랑 직원들을 휘어잡는 이선균의 까칠한 매력으로 '파스타'는 당시 최고시청률 21.2%를 기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톰과 제리처럼 싸우던 두 사람이 연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흥미진진한 요소다. 극 중에서 이선균은 서유경에게 반한 것을 애써 부정하다가 어느 순간 푹 빠져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는 사랑꾼 면모를 보여줬다. 과거 전 여자친구였던 오세영(이하늬)에게 배신을 당한 탓에 사랑 앞에서 마음을 열지 않았다가 서유경으로 인해 변하는 이선균. 사랑에 빠진 남자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이선균은 드라마 '파스타'로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으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 tvN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
'나의 아저씨'는 비슷한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꿋꿋하게 버텨내는 이들의 이야기다. 서로 다른 배경과 환경에 놓였을지라도 덤덤하게 옆자리를 지켜주면서 일상의 위로가 되는 '우리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극 중에서 이선균은 박동훈 역을 맡아, 어린 시절부터 가난과 사람에 치여 마음이 보랏빛 멍 자국이 든 이지안(이지은)의 곁에서 든든한 아저씨가 되어준다. 단순히 키다리 아저씨 서사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구원하고 구원받는다. '나의 아저씨'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는 모두 한 가지씩 결핍을 지니고 있다.이지안은 자신이 쉴 수 있는 커다란 그늘이 되어줄 부모나 어른이 부재하고, 박동훈은 아내와 속마음을 터놓고 의지하는 관계가 될 수 없다. 세상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지만, 어딘가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공허함과 차가운 공기만 감도는 추운 겨울날 작은 따스함이 되어주는 이들. 박상훈(박호산), 박기훈(송새벽), 박동훈으로 구성된 사고뭉치 삼 형제는 마음이 갈기갈기 찢긴 이지안에게 어른이 되어주면서 변화되기 시작한다. 특히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라는 마지막 회에서 이지안과 박동훈이 서로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에서 이선균의 내레이션은 가슴이 먹먹하다. '나의 아저씨'가 묘사하는 관계는 동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위로가 된다.
배우 이선균의 연기 변신은 아직 현재 진행 중이다. 인터뷰를 통해 "'무빙'과 같은 히어로물도 해보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임하고 무엇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로 필모그래피에 굵직굵직한 작품들을 새겨 넣었다. 데뷔 24년 차의 베테랑으로 이미 많은 장르와 캐릭터를 도전했겠지만, 어째서인지 이선균에게 보지 못한 또 다른 얼굴들이 있을 것만 같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