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보테가베네타, 프라다 등 글로벌 명품 기업들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프리즈) 기간 전시를 후원하거나 직접 기획하며 미술주간의 주역으로 나섰다. 국내외 ‘큰손’들이 한국으로 몰리는 이 시즌이야말로 브랜드가 가진 예술적 유산과 철학을 널리 알릴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국내 대표 공예재단인 예올공예재단과 손잡고 서울 북촌에서 기획전 ‘우보만리: 순백을 향한 오랜 걸음’을 지난달 25일부터 열고 있다. 샤넬은 프리즈가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온 지난해부터 5년간 예올과 손잡고 한국 공예를 후원하기로 했다. 올해도 작년처럼 한옥을 전시 공간으로 택했고, 디자이너 양태오가 전시 총괄 기획자로 합류했다. 샤넬과 예올은 이번 기획전을 위해 대한민국 공예 발전에 기여한 두 명의 작가를 지난해 11월부터 심사, 선정했다. 화각장이자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9호 한기덕 작가와 도자공예가 김동준의 달항아리 작품을 전시한다.이탈리아 명품브랜드 보테가베네타는 리움미술관에서 오는 7일 개막하는 ‘강서경 개인전-버들 북 꾀꼬리’의 후원자로 나섰다. 세계 각국에서 예술가와 미술관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해온 보테가베네타는 올해 후원 작가로 강서경을 낙점했다. 보테가베네타 측은 “현 시대의 개성과 자유가 지닌 의미를 탐구하는 강서경의 작품에 매료됐다”며 “이번 KIAF-프리즈 기간 그 매력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이 밖에도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가 아트페어가 열리는 기간 서울 곳곳에서 파티를 연다. 프라다는 인사동 문화공간 코트에서 5~6일 ‘프라다 모드’ 행사를 개최한다. 2008년부터 마이애미, 홍콩, 런던, 파리, 상하이, 도쿄 등에서 열어온 이 행사는 KIAF-프리즈 기간을 맞아 열 번째 행사 개최지로 서울을 낙점했다. 영화감독 김지운과 연상호가 참석해 관객과 대담하고 공연을 연다.에르메스재단은 아뜰리에 에르메스를 통해 진행하는 박미나 작가의 개인전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 전시를 중심으로 프리즈 ‘청담 나이트’(6일)에 참여한다. 신세계백화점은 KIAF-프리즈 기간에 맞춰 7일 편집숍 ‘분더샵 청담’ 지하 1층을 신세계 갤러리로 전면 개관한다. 신세계가 창사 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백화점 이외 장소에서 선보이는 정식 갤러리다. 쇼룸으로 활용됐던 공간을 미국에서 활동하는 태국 작가 리크리트 티라바니자의 작품으로 가득 채웠다. 전구 94개로 만든 거대한 물음표 설치작품부터 길이만 14m에 달하는 초거대 해먹까지 만나볼 수 있다.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명품족’의 취향 변화를 좇지 못해 신상품 시장에서 고전 중인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중고 시장에서도 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 e커머스 트렌비는 지난해 1~7월 중고명품 거래액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던 구찌가 올해 같은 기간엔 3위로 밀렸다고 29일 발표했다. 올해 1~7월 1위는 전년 동기에 3위였던 샤넬이다. 2위는 루이비통, 4위는 프라다, 5위는 디올 순으로 집계됐다.중고 시장에서 구찌와 샤넬의 희비가 엇갈린 건 수요자의 명품 취향이 바뀐 영향으로 분석된다. 경기 부진으로 여러 명품 제품을 사는 것보다 전통적 디자인의 제품 하나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단조로우면서 고급스러운 ‘올드머니룩’이 주류로 부상하며 대표적인 로고플레이(로고를 부각하는) 브랜드인 구찌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한국산 화장품이 지난해 일본 수입 시장에서 처음으로 프랑스산을 앞지르고 1위에 올랐다고 요미우리신문이 4일 보도했다.일본수입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일본의 한국산 화장품 수입액은 775억엔으로, 프랑스산(764억엔)을 뛰어 넘었다.일본의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그동안 프랑스산은 샤넬, 랑콤 등 고급 브랜드의 인기로 30년 가까이 정상을 차지해왔지만, 최근 한국산이 10년간 6배가량 수입이 급격히 늘면서 순위가 바뀌었다.일본에서는 과거 한국산 화장품의 품질이 낮게 평가됐으나 16년 전 '비비크림'이 유행하면서 한국산 제품의 인지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무엇보다 K팝을 선호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한류 아이돌이 쓰는 화장품을 찾아 구입하는 움직임이 늘면서 한국산 화장품 수입에 탄력이 붙었다.일본수입화장품협회 간부는 "한국산 화장품 붐이 일회성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실제 일본의 잡화점인 체인 로프트에서는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한국산 화장품 매출이 작년 동기에 비해 1.6배 증가했다.또 일본 편의점 체인인 로손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 롬앤과 립스틱 등을 공동 개발해 두 달 치 분의 재고량을 준비했는데, 3월 말 출시한 직후 3일 만에 매진됐다고 한다.요미우리신문은 한국산 화장품의 인기 요인으로 한류와 함께 적당한 가격대, 소규모 발주에도 응하는 한국 업체의 대응 등을 꼽았다.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