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스타트업 맞춤형 '성과조건부 주식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비상장 벤처기업도 자본 잠식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자기 주식을 취득해 성과조건부 주식을 지급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겁니다. 스타트업이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입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회계 전문가(회계법인 마일스톤의 김윤모, 서예은 회계사)들이 협업해 발행한 이슈페이퍼 '조건부 주식보상제도(RS)를 위한 활성화 방안'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지를 알아봅니다.
"스톡옵션보다 좋아"…토스·쿠팡이 도입한 '이것' 뭐길래 [긱스플러스]
정부가 도입하겠다는 RS 대체 뭐길래
"인재 확보 방안이지만 활용 어려워"
적자 기업도 자기 주식 취득 가능해질까


스타트업 생태계에선 뛰어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사업 성공 여부가 판가름된다. 주식을 이용한 다양한 보상방안이 채용 인센티브로 제공되는 이유다. 다음은 한 스타트업(가칭 스얼)의 대표 A가 C레벨 영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회계법인 마일스톤과 나눈 가상의 대화다.
"스톡옵션보다 좋아"…토스·쿠팡이 도입한 '이것' 뭐길래 [긱스플러스]
위 가상의 대화처럼 스타트업 대표들은 인재 영입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그다지 많지 않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에 스타트업 맞춤형 성과조건부 주식 제도(RS) 도입이 주요 대책으로 포함된 이유다. 성과조건부 주식 제도는 회사가 특정 성과를 달성한 직원에게 주식을 무상으로 주는 제도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업이 인재 유치와 유출 방지를 위해 활용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스타트업들은 해당 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웠다. 상법에 따르면 회사가 배당 가능 이익에 대해서만 자기 주식을 취득해 직원에게 줄 수 있는데, 적자 스타트업 입장에선 도입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RS가 뭐길래…스톡옵션과 뭐가 달라?

주식보상방안으로 국내에서 활용되고 있는 제도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과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 가 대표적이다. 먼저 스톡옵션은 사전에 정해진 행사가액으로 행사기간 내에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임직원에 부여하는 것이다. 스타트업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그동안 스톡옵션을 많이 활용해왔다.

최근 스톡옵션 외에 관심을 받고 있는 주식보상 방법은 RS다. 2020년 한화그룹을 필두로 두산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뿐만 아니라, 토스, 쿠팡, 위메프, 크래프톤, 스튜디오드래곤 등 일부 대형 벤처·스타트업도 RS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RS는 양도제한이 있는 주식을 조건부로 지급한다. 크게 두가지 형태다. ①양도제한 조건부 주식 청구권(RSU)은 부여 시점에 특정 가득 조건을 설정해 이를 달성하는 경우 미래 어느 시점에 일정량의 주식을 부여한다. 조건이 이행되지 못할 경우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소멸한다. ②양도제한 조건부 주식 보상(RSA)은 매각 등 제한이 있는 주식을 부여 시점에 실제 지급하되, 조건이 이행되지 못할 경우 주식을 다시 반환한다.

임직원이 일정 주식을 행사가액에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스톡옵션과 달리 RS는 일정 요건 충족시 임직원이 주식을 법적으로 '소유'한다. 스톡옵션은 근거 법령이 있어서 법적 절차와 제한사항이 있는 반면 추가적인 세제혜택도 있다. 하지만 RS는 근거 법령이 없어 절차와 요구사항이 없고 세제혜택 역시 전무한 상황이다.

스톡옵션의 부여, 행사 및 취소 등 법적 절차는 상법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에 규정돼 있다. 스톡옵션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법인 등기부등본 및 정관에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건부 주식보상제도(RS)를 위한 활성화 방안'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건부 주식보상제도(RS)를 위한 활성화 방안'
RS의 경우 스톡옵션과 달리 현행 법상 근거가 없다. 자기 주식을 이사회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한 상법 제342조와 사적계약에 따라 지급한다. 스톡옵션과 달리 절차도 상대적으로 간편하다.

스톡옵션은 행사가액을 납입해 기업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어 행사가액보다 주식가격이 높을수록 임직원의 보상도 커진다. 기업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임직원의 동기유발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행사가액보다 주식가치가 낮은 경우엔 문제가 발생한다. 또 주식을 매수하기 위한 임직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점도 임직원 입장에서는 단점으로 꼽힌다.

반면 RS는 일정 조건 달성시 일반적으로 무상으로 주식을 지급하기 때문에 주식을 받을 때 임직원의 자금이 소요되지 않는다. 주식의 하락장에서도 회사가 존재하는 이상 주식이 일정 수준의 가치를 가진다는 게 장점이다.

RS 활용의 현실적 장벽은

스타트업이 스톡옵션과 함께 RS를 활용할 수 있다면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RS 활용을 현실적으로 막고 있는 장벽은 뭘까. RS는 자기주식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건 상법 제341조 및 제462조에 따라 배당가능이익을 한도로만 가능한데, 사업 초기단계의 스타트업은 대부분 적자로 배당가능이익이 없다는 게 문제다. 법적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기 때문에 RS를 부여하고 싶어도 부여할 자기주식을 확보할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스톡옵션과 달리 세제 혜택이 없어 임직원 입장에서 세금 부담이 크다는 점도 활용도가 떨어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스톡옵션의 경우 행사차익에 대해 세제 혜택이 있다. 스톡옵션은 행사 시점에 행사가액을 지불하고 주식을 취득하기 때문에 행사차익(행사당시 시가와 행사가액의 차이)을 얻고 이에 대해 근로소득세(고용관계가 없는 경우 기타소득세)를 납부하게 되는데 다음 세가지 특례가 있다.

1. 비과세 특례
스톡옵션 행사시의 행사이익은 개인별로 2023년 행사분부터 연간 2억원, 누적 5억원까지 비과세된다.

2. 분할납부 특례
행사이익에 대한 소득세를 5년간 분할해 납부할 수 있다.

3. 양도소득 특례
행사이익을 행사시점의 근로소득으로 과세하지 않고, 향후 주식 양도시 양도소득에 합해 일괄적으로 과세할 수 있다.

또 스톡옵션을 부여한 법인 입장에서도 임직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면서 행사이익에 대해 소득세를 납부하는 것에 대한 반대 급부로 행사이익을 법인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스타트업들이 RS 활용을 하기 위해선 스톡옵션 같은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구체적 제도 개선 위해 이해관계자 논의 필요"

정부는 스타트업 맞춤형 RS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비상장 벤처기업이 자본 잠식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기 주식을 취득해 성과조건부 주식을 지급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법령 개정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세제 혜택에 대한 논의도 아직 구체화된 게 없다. 정부가 RS 도입을 입법화하겠다지만 자세한 내용은 발표된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스타트업들이 RS를 활용하려면 우선 자기 주식 취득이 가능해야한다. 또 스톡옵션 수준의 세제 혜택도 필요하다고 스타트업계는 요구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이슈페이퍼에서 "스톡옵션에 관한 국내 세제혜택, 그리고 RS에 관한 미국의 세제혜택을 참고해 벤처기업법에 의한 벤처기업에서 지급하는 RS에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건부 주식보상제도(RS)를 위한 활성화 방안'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건부 주식보상제도(RS)를 위한 활성화 방안'
RSA의 과세 시점을 현재와 같이 부여시점으로 판단하게 되면 RSA를 반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무상 이전에 따른 증여세, 혹은 저가양도에 따른 양도세 및 증여세가 과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른 법적 장치가 고려되어야 한다는 게 스타트업계 주장이다. 또 스톡옵션의 경우 임직원이 부담하는 행사 이익에 대응하는 비용을 법인에서 비용 처리할 수 있는데 RS 역시 개인의 근로소득으로 소득세가 부과된 금액은 기업의 비용으로 처리돼야한다고 스타트업계는 보고 있다.

회계법인 마일스톤의 김윤모 회계사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자사주 취득이 어렵고, 임직원 입장에서는 세제 혜택이 부족해 스톡옵션만이 거의 유일한 주식보상방안인 것처럼 인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도 제도 마련에 나선 만큼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제도 도입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참고=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슈페이퍼 '조건부 주식보상제도(RS)를 위한 활성화 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