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한 군산 초등 교사, 교장에 '갑질 피해' 정황
지난 1일 전북 군산시 동백대교 아래로 투신해 숨진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장의 업무처리 방식과 사적인 민원 등으로 고충을 겪어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숨진 교사가 주말에도 집에서 업무를 해야 할 정도로 격무에 시달린 사실도 확인됐다.

연합뉴스가 확보한 녹취록과 A교사의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A교사는 평소 예산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며 교장과 자주 소통하는 과정에서 교장의 업무처리방식에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
투신한 군산 초등 교사, 교장에 '갑질 피해' 정황
A교사의 동료 교사는 "A교사가 결재서류를 올릴 때 '교장이 어떻게 해도 반려할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했다"면서 "또 교장의 개인적인 민원도 처리해 왔다"고 말했다.

'개인적 민원'은 A교사가 같은 학교 동료교사와 함께 B교장의 관사에 놓을 가구를 나르는 데 동원된 사실을 뜻한다.

A교사는 지난 6월 또 다른 동료교사에게 '아니 (특정 일을) 갑자기 할 수 있는 거 인정할 수 있어. 그러면 남이 하는 것도 인정을 해줘야지 왜 내(교장)가 하는 것만 되고 네(A교사)가 하는 건 안 돼', '올해 12월까지 예산안 쓰려는데 못 쓸 거 같아. 다 싫다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어 보려고' 등 교장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A교사와 같이 근무한 교사들도 A교사와 교장 사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진술을 했다"면서 "고인의 장례식장에서 A교사의 임용 동기들과 학교 관리자분들 사이에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투신한 군산 초등 교사, 교장에 '갑질 피해' 정황
A교사의 동료교사는 "유족에게 듣기로는 A교사가 숨지기 며칠 전 두 차례 머리가 아파 조퇴를 했다고 한다"며 "관련 업무를 하면서 A교사가 개인 카드를 쓰기도 하고,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6학년 담임을 맡았던 A교사는 담임 업무 외에 방과 후, 돌봄, 정보, 생활, 현장 체험학습 등 상당히 많은 업무를 전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교사는 주말에도 업무포털에 접속해 일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진로·진학 등 업무가 가중되는 6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나머지 추가 업무를 담당하는 데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B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B교장은 답변을 거부했다.

전북도교육청은 이 사건과 관련해 "교장의 짐을 관사로 나르게 된 과정에 교장의 지시나 권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교장이 허리가 불편해 동료 교사와 A교사가 자발적으로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현재 유족이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 도교육청이 나서서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게 조심스럽다"며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거나 유족이 입장을 밝히면 놓친 게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A교사가 숨진 사건은 군산해양경찰서가 맡아 조사 중이다. 해경은 최근 A교사가 재직했던 초등학교의 교사 2명, 행정 직원 1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A 교사에게서 특별한 징후는 느끼지 못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조만간 학교장도 불러 평소 A 교사와 관계, 업무 강도 등을 물을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