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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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마니아인 20대 직장인 A씨는 그동안 고수하던 '주 1회 치킨 배달 주문' 횟수를 줄이기로 했다. 배달로 받던 주문도 직접 매장을 찾는 포장 방식으로 바꿨다. 그는 "'최애'(가장 좋아하는)가 치킨이지만 값이 오르고 배달비까지 더하면 부담된다. 단골집이라 미리 전화로 주문하고 포장해 찾아간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 외식업에서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다. 생활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상승하면서 외식비와 배달비를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5일 핀테크 기업 핀다가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을 통해 분석한 '2023년 상반기 외식업 배달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전체 외식업 매출에서 배달서비스(배달+포장)가 차지하는 비중은 9.96%로 지난해 상반기(11.43%)보다 1.4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배달서비스 매출 규모는 7조148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26% 증가했지만 올 들어 매출 비중은 점차 하락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배달서비스가 외식업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올해 1월 11.52%를 기록했으나 3월(9.79%) 10%선이 깨졌고, 이후에도 하락해 6월 9.52%까지 밀렸다.

특히 세부 업종별로 버거(4.20%포인트)와 피자(2.38%포인트)를 제외한 전 업종에서 배달서비스 매출 비중이 감소했다. 배달서비스 매출 규모가 가장 높은 치킨·닭강정(매출 규모 1조1491억원)과 한식(8910억원), 고기구이(7494억원), 중식(6521억원) 모두 배달 비중이 하락한 것.

배달서비스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피자(47.48%)였고 치킨·닭강정(37.34%), 버거(24.73%) 순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시기 배달서비스 덩치가 커졌지만 올해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과 함께 야외활동 증가, 외식물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배달 수요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등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지난 4월까지 10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후 5월부터 다소 반등하는 추세다. 올해 7월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조3509억원(추정치)으로 1년 전보다 2.4%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7월 당시 하락폭(-5.0%포인트)을 고려하면 상승 궤도에 복귀했다고 보기엔 어려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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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다수 연령대에서 1분기보다 외식 건당 이용금액이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신한카드 고객의 외식업종 건당사용금액을 100으로 기준을 삼으면 2분기 사용금액은 96.2로 3.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전체 외식 인당 이용금액 자체는 2분기 104.4를 기록해 1분기보다 4.4%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보다는 3.3% 늘어난 수치다. 신한카드는 "전 연령대에서 인당 사용금액이 증가한 것은 물가 상승으로 전반적으로 외식비용이 늘어난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전체 물가 상승률은 2.3%(전년 동월 대비)에 그쳤으나 먹거리 물가는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유지했다. 가공식품의 경우 6.8% 올랐고, 외식 물가도 5.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김영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youngwoo@hankyung.com 20200731...
사진=김영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youngwoo@hankyung.com 20200731...
소비자들이 배달에 지갑을 닫자 배달앱 운영사들은 다시 마케팅에 골몰하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배달비 부담을 줄여 수요 잡기에 나섰다. 배달업계 1~3위 배달의민족(배민), 요기요, 쿠팡이츠 모두 배달비 할인 효과를 내세운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위 배민은 인근 동선 소재 주문을 묶어 배달하는 '알뜰배달' 서비스 적용 지역 확대한 데 이어 10% 무제한 할인쿠폰을 뿌리고 있다. 배달뿐 아니라 퀵커머스 'B마트' 내에 '뷰티관'을 여는 등 품목 확대에 나섰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강자 쿠팡도 지난 4월부터 유료멤버십 '와우멤버십' 회원에게 제공한 배달앱 쿠팡이츠 최대 10% 할인을 정규 혜택으로 전환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할인 혜택 운영 지역에서 쿠팡이츠를 사용하는 전체 와우 회원은 80% 증가했고, 평균 지출액도 20% 늘었다. 해당 지역에서 쿠팡이츠 시장점유율도 5% 이상 확대됐다"고 밝힌 바 있다.

쿠팡은 추가 마케팅비 지출도 서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쿠팡이츠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대만사업 등 성장 사업에 대해 4억달러(약 5258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요기요 역시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월 9900원 정기 결제 고객에게 횟수 제한 없이 일정 음식점의 배달을 무료로 해주는 '요기패스X'를 선보인 상태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