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상법에서 회사법을 별도로 떼어내 단일법으로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60년 된 낡은 현행 상법 체계는 급변하는 기업 환경 변화에 뒤처져 활발한 경영 활동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도 회사법 제정 취지에 공감하고 있어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여기저기 흩어진 회사법제, 단일화 논의 시작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사법 제정을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권 의원은 “상법과 자본시장법의 이원적 구조가 낳은 비효율성이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선진 회사 법제 마련을 위한 작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다. 권 의원은 지난 5월에도 전문가들을 불러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우리나라 상장회사는 상법과 자본시장법 등의 적용을 모두 받는다. 이는 현행 법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흩어져 있는 법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법 적용과 해석에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복수의결권 행사는 현행 상법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벤처기업법에서는 벤처기업 창업자를 대상으로 허용하고 있다. 상장 금융사의 주주총회 결과 공시 의무 역시 상법에는 없지만 금융사 지배구조법에는 포함돼 있다. 상법과 지배구조법 관련 규정을 모두 알아야 하는 것이다. 상법과 자본시장법은 주무부처도 법무부와 금융위원회로 나뉘어 있다.

이날 공청회는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권 의원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연구용역 결과 발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권 교수는 “상법에서 회사와 관련된 내용을 일괄적으로 분리하자”는 의견을 냈다. 상법이 워낙 방대한 만큼 1차적으로 상법 내 ‘회사편’을 단순 분리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게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권 교수는 “회사법을 아예 떼어내 법끼리의 충돌을 해소하기 위해 둔 불필요한 예외 규정 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상법이 적용되는 기본적인 대상도 현행 합명회사에서 주식회사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주식회사 형태를 기본 적용 대상으로 삼아 불필요한 예외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섞여 있는 특례 규정을 통합해 각각의 법안이 충돌하는 것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권 의원은 정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는 내용은 최대한 배제해 이달 회사법 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입법이 지지부진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산업계는 회사법 제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활동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관련된 법이 최대한 단순화된 형태로 존재해야 기업 활동에 도움이 된다”며 “다만 새롭게 제정되는 회사법이 규제가 강화되는 방향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년 전 회사법을 상법에서 떼어내는 내용을 담은 ‘모범회사법’을 제안한 바 있다.

관계 부처인 법무부와 금융위도 단일 회사법 제정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금융위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중장기 과제로 개선 방향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