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한국이 ‘아시아 비즈니스 허브’로 도약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한국이 ‘아시아 비즈니스 허브’로 도약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 겸 대표이사는 지난 23일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 내내 제스처가 크지 않았다. 동행한 사진 기자가 생동감 있는 모습을 찍기 위해 과장된 손동작을 부탁할 정도였다. 차분했던 김 회장이 테이블을 손으로 치며 목소리를 높인 순간이 있었다. 한국이 ‘아시아 비즈니스 허브’로 도약해야 하는 이유와 전략을 설명할 때였다. 그는 △역대 가장 끈끈한 한·미 관계 △윤석열 정부의 강한 기업 규제 혁파 의지 △한국의 ‘문화 강국’ 위상 등을 꼽으며 “2023년은 한국이 외국 기업의 투자를 많이 유치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으로 아시아 지역 본사를 옮긴 글로벌 기업을 소개하며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는 몇몇 규제를 추가로 해소하면 싱가포르, 홍콩을 충분히 제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외국 기업의 눈으로 봤을 때 한국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입니까.

“한국에 온 지도 거의 20년이 다 돼갑니다. 글로벌 기업이 비즈니스하기 좋은 곳이 아니었다면 아마 수년 전에 미국으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한국이 ‘아시아 2위 비즈니스 허브’라는 암참 조사가 과장이 아니네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인프라, 숙련된 고급 인력, 높은 경제 활력도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은 외국 기업에 매력적인 투자처입니다. 한국 경제는 높은 수준의 글로벌화를 이뤄냈고 외국인 투자에도 개방적이죠. 델타항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존슨앤드존슨, 퀄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 전체를 담당하는 대표를 한국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기업인들은 ‘신발 속 돌멩이’ 같은 규제가 많다고 합니다.

“여전히 한국만의 복잡하고 불투명한 규제로 인한 어려움도 있습니다. 외국인 친화적인 조세 정책, 노동 유연성 확보, 디지털 경제 강화, 금융 서비스 개혁, 최고경영자에 대한 법적 책임 완화 등이 필요합니다. 지식재산권(IP) 보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 확립 등도 필요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기업 규제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박진 외교부 장관 같은 분들은 ‘외국기업 친화적’입니다. 한국 정부의 ‘킬러 규제’ 해소와 생명공학·반도체와 같은 주요 전략산업에서의 산업 협력 증진 노력은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의 혁신을 더욱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암참이 정부에 여러 차례 규제개혁을 건의했는데, 성과가 있습니까.

“외국인 거주자 단일세율(19%) 적용 기한을 2028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이 대표적인 성과입니다. 아직 싱가포르보다 세율이 높지만,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을 2025년으로 1년 연기한 것도 외국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입니다.”

▷최근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면서 대외 리스크가 커지고 있습니다.

“무역 의존국가인 한국엔 도전이자 기회이기도 합니다.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앞세워 경쟁력 있는 사업 환경을 조성하고 성장 모멘텀을 유지해야 합니다. 한국은 여전히 역내 최고의 비즈니스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글로벌 환경의 변화 속에 한국은 어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까요.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제조업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앞세워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제조·기술 분야의 새로운 허브’로 도약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특히 반도체·2차전지 제조 강국이라는 점에서 한국은 미국 주도의 경제안보 정책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는 급증했는데, 한국에 투자하는 기업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 중소기업 30만 곳이 해외에 진출했는데 그중 2만 곳만 한국에 사업장이 있습니다. 그만큼 잠재력이 큰 겁니다. 한·미 양국은 철통같은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그 어느 때보다 끈끈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2차전지 사업의 경쟁력도 높습니다. 왜 한국이 싱가포르에 뒤처져야 합니까. 올해가 ‘역내 1위 비즈니스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최적의 시기입니다.”

▷한국 진출을 추진 중인 외국기업에 최적의 입지는 어디일까요.

“암참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특별·광역시와 경기도, 수원특례시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파트너십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지난주엔 대구와 군공항 이전 승인, 신공항 건설 계획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글로벌 허브 도시로 전환하기 위한 대구의 전략적 비전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에도 두바이 같은 도시가 여러 개 생기지 말란 법이 없지 않습니까.”

▷요즘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암참을 많이 찾아온다고요.

“한인타운 중심 사업이 아니라 미국 주류사회에 진입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식음료 기업의 예를 들면 ‘미식축구, 농구장, 야구장에 가서 현지인들이 뭘 먹는지 꼭 살펴보라’고 조언합니다. 한·미 양국의 중소기업이 상대 국가에서 더욱 활발한 비즈니스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 제임스 김 회장은…

△1962년 서울 출생
△1984년 미국 UCLA 경제학과 졸업
△1992년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
△1992~1995년 미국 AT&T 본사 마케팅 총괄
△1999~2001년 미국 코코란닷컴 대표
△2005~2006년 오버추어코리아 사장
△2007~2009년 야후코리아 비즈니스 총괄사장
△2009~2015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
△2016~2017년 한국GM 대표이사 사장
△2017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겸 대표이사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