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기 충돌로 콜사인 '주스' 등 3명 순직…"언론 인터뷰 통해 F-16 지원 호소"
WSJ "전투기 인도는 내년 중후반에나 가능…훈련가능 영어구사 조종사 8명뿐"
F-16 도입 앞장선 우크라 조종사, 훈련중 사망…"비극적 손실"
러시아에 맞서 싸우기 위해 F-16 전투기 도입에 앞장선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가 훈련 중 사고로 사망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군은 전날 키이우 서쪽에 있는 지토미르에서 L-39 훈련기 2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조종사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는 콜사인 '주스'(Juice)로 알려진 안드리 필시코우 소령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이를 발표하면서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한다"며 "이는 고통스럽고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라고 애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상 연설에서 순직한 조종사들을 가리켜 "우리나라를 훌륭하게 도운 우크라이나의 장교"라며 "우크라이나는 자유로운 하늘을 수호한 이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기렸다.

자유유럽방송(라디오 스보보다)은 키이우 서쪽 150㎞ 거리에 있는 지토미르주 신후리 마을에서 부서지고 그을린 기체 잔해가 수거되는 영상을 게시했다.

이 영상에서 한 목격자는 공중에서 폭발음이 들린 후 항공기 두 대가 연기와 화염을 뿜으며 떨어지는 것을 봤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목격자는 서로 떨어져 있던 항공기 두 대가 점차 가까워지다가 추락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F-16 도입 앞장선 우크라 조종사, 훈련중 사망…"비극적 손실"
필시코우는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전쟁 초기부터 두각을 나타낸 조종사로, 서방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장비 부족에 시달리던 우크라이나 공군에 미국 전투기를 지원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지난해 12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했을 당시 29세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과 합동훈련 때 술을 입에 대지 않아 미군 조종사들로부터 '주스'라는 별명을 얻은 것으로도 전해진다.

지난 6월 미국 CNN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필시코우는 F-16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4∼6개월이면 우리는 조종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렇다"고 자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이 비행 시뮬레이터를 활용하고 매뉴얼도 가능한 대로 구해 F-16 조종의 기본을 터득하려 노력 중이며, 훈련에 필요한 영어능력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리 이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필시코우가 엄청난 재능을 가졌고 개혁에 앞장선 사람이었다며 "그가 얼마나 F-16을 몰고 싶어 했는지 상상도 못 할 것"이라며 "이제 곧 F-16이 진짜로 오게 됐는데 그는 이를 몰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몰아내는 데 F-16이 필요하다고 지속해서 요청해 왔으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러시아 본토 공격이나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이를 꺼리다가 차차 '전투기 동맹'을 통해 지원의 길을 열고 있다.

WSJ은 이번 사고가 미국과 동맹국들의 우크라이나 조종사 F-16 훈련 시작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는 오는 10월부터 미국 본토에서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에게 F-16 전투기 비행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F-16 도입 앞장선 우크라 조종사, 훈련중 사망…"비극적 손실"
덴마크에서는 훈련이 이미 진행 중이며, 덴마크와 네덜란드에 이어 노르웨이가 최근 전투기 제공 계획을 밝혔다.

다만 서방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조종사 훈련이나 전투기 인도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가 전투기를 받으려면 내년 중반이나 하반기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특히 미국 당국자들은 즉각적인 훈련 시작을 위한 언어 요건을 충족하는 우크라이나 조종사가 8명뿐이라고 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