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실력 있는 사람이 나이와 관계없이 기회 받았으면"
이승엽 감독, 김재호 기용도 성공 "기회는 실력순…나이 배제"
올해 지도자로 데뷔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명확한 색깔로 팀을 이끌고 있다.

특징 중의 하나는 은퇴 갈림길에 선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출전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 초반 베테랑 왼손 투수 장원준(38)을 선발로 중용해 빈자리를 메웠고, 후반기엔 고참 내야수 김재호(38)에게 주전 자리를 맡겨 효과를 보고 있다.

최근 2시즌 동안 타율 2할대 극초반에 그쳤던 김재호는 올 시즌 타율 0.333으로 맹활약하고 있고, 특히 8월 이후 타율은 0.417에 달한다.

보통 프로야구 지도자들은 부진한 성적을 내는 베테랑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않는다.

앞으로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은 다르다.

이 감독은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3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홈 경기를 앞두고 '선수 기용 결정을 내릴 때 나이도 고려하는가'라는 질문에 "기회는 실력순이다.

나이는 배제한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감독은 "사실 기존에 가진 실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한 뒤 "나이가 들면 몸의 반응이나 스피드 등 기량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출전 시간을 조정해 체력 관리를 해주면 자신의 기량을 펼치는 베테랑 선수도 많다.

김재호가 그런 사례"라고 덧붙였다.

베테랑을 배척하는 한국 사회 풍토에 관해서도 꼬집었다.

이 감독은 "우리 사회는 나이 든 사람들에게 그리 살갑지 않다"라며 "실력 있는 사람들이 나이와 관계없이 기회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의 철학은 자기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이 감독은 만 36세의 나이에 일본 프로야구에서 복귀한 뒤 주변의 우려를 깨끗하게 씻어내며 맹활약했다.

만 41세의 나이에 치른 2017년 은퇴 시즌엔 135경기에서 타율 0.280, 24홈런, 87타점의 기록을 남기고 나서 은퇴 만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한편 이날 두산은 전날 부진한 모습으로 조기 강판한 선발 투수 김동주를 엔트리 말소했다.

이 감독은 "왼손 투수 이원재에게 선발 등판 기회를 주기로 했다"며 "이원재는 최근 퓨처스리그 3경기에서 15⅔이닝 동안 단 1실점만 내주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