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구팀 "작년 번식시즌 해빙 손실로 번식지 5곳 중 4곳서 새끼 살아남지 못한 듯"

황제펭귄 서식지가 있는 남극 해빙(海氷)이 지난해 온난화로 급격히 녹아 사라지면서 전례 없는 번식 실패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현 온난화 추세대로면 황제펭귄이 금세기말 서식지 90%에서 준멸종 상태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이테크+] "남극 황제펭귄, 온난화로 금세기말 서식지 90%서 준멸종 위험"
영국 남극연구소(BAS) 피터 프렛웰 박사팀은 25일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스 지구 &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서 남극 벨링하우젠해 중부와 동부에 있는 황제펭귄 서식지 5곳 중 4곳에서 지난해 얼음이 사라져 새끼들이 전혀 살아남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이 황제펭귄 서식지가 있는 지역의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부화한 새끼 펭귄들의 방수 깃털이 발달하기 훨씬 전에 번식지에서 얼음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황제펭귄은 4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일 년의 대부분을 해안에 단단히 붙어 있는 안정적인 해빙에서 생활하며, 일단 번식지에 도착하면 겨울인 5~6월 알을 낳는다.

알은 낳은 지 65일 후 부화하지만, 새끼들은 여름인 12~1월까지 깃털이 완전히 나지 않기 때문에 얼음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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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 분석 결과 지난해 12월 초 남극 얼음 면적은 2021년 기록된 역대 최저치와 비슷했다.

해빙이 가장 많이 사라진 곳은 로스차일드 섬, 베르디 입구, 스마일리 섬, 브라이언반도, 프로그너 포인트 등 황제펭귄 서식지가 있는 남극반도 서쪽 벨링하우제해 중부·동부 지역이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이 지역 해빙이 모두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프렛웰 박사는 "황제펭귄이 한 시즌에 이 정도 규모로 번식에 실패한 사례는 처음 본다"며 "이들 남극 지역에서 여름 동안 해빙이 사라지면 부화한 새끼 펭귄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45년간 남극 위성 관측 기록 분석 결과 2016년 이후 해빙 면적 최저 기록이 4번이나 갱신될 정도로 빠르게 해빙이 녹고 있다.

이로 인해 2018년부터 2022년 사이에 알려져 있는 남극 황제펭귄 서식지 62곳 중 30%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테크+] "남극 황제펭귄, 온난화로 금세기말 서식지 90%서 준멸종 위험"
지난 7년간 남극 주변 얼음은 크게 감소했고 작년 12월 얼음 면적은 45년 위성 관측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펭귄 서식지가 있는 벨링하우젠해에서는 지난 4월 말에야 다시 해빙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지난 20일 현재 남극 해빙 면적은 1981~2022년 중앙값(1천790㎢)보다 220만㎢ 감소한 상태이고 이는 2022년 8월 20일에 기록한 겨울 최저치 1천710만㎢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라며 사라진 면적은 그린란드보다 넓고 영국의 약 10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황제펭귄은 얼음이 사라지면 이듬해에 더 안정적인 지역으로 이동하는 식으로 대응해 왔으나 남극 전체의 해빙 서식지가 영향을 받는다면 이 전략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현재 온난화 속도가 지속되면 황제펭귄은 금세기 말까지 90% 이상의 서식지에서 준멸종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BAS 제러미 윌킨슨 박사는 "이 연구는 기후변화로 인해 남극 얼음이 놀라운 속도로 녹고 있다는 것과 함께 해빙 손실과 생태계 소멸의 연관성을 극적으로 보여준다"며 "이는 인류가 이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없고 정치인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빨리 행동해야 한다는 또 다른 경고 신호"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