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화가] '칼 숨긴 소녀' 그림으로 팝아티스트계 스타 등극
동그란 얼굴에 큰 눈을 가진 소녀. 언뜻 보면 귀여운 캐릭터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다. 손에는 칼이나 담배가 들려 있고, 날카로운 눈매와 웃음기 하나 없는 입매는 어쩐지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일본의 대표 팝 아티스트인 나라 요시토모(1959~)의 ‘시그니처 캐릭터’다. 그는 반항기 가득한 악동 소녀 그림으로 세계 미술시장의 ‘스타’가 됐다. 만화에서나 볼 법한 그림체에 고독감, 반항감, 잔인함 등 인간의 심오한 감정을 절묘하게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작품 스타일은 나라의 성장 배경과 관련이 깊다. 그는 2차 세계대전 후인 1959년 일본 본섬(혼슈) 북쪽에 있는 작은 마을인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에서 태어났다. 어린 나라는 맞벌이하는 엄마와 아빠를 기다리면서 홀로 시간을 보냈다. 이때 나라의 친구가 돼준 건 애니메이션과 펑크 록 음악이었다. 1988년에는 독일로 건너가 뒤셀도르프예술아카데미에서 지금의 대표 캐릭터인 소녀 그림을 완성해 나갔다.

나라의 그림은 ‘어린아이는 가장 순수한 존재’라는 일반적인 통념을 거부한다. 소녀가 등 뒤에 칼을 숨기고 있는 모습의 ‘Knife Behind Back’(2000)은 2019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약 300억원에 팔렸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