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가 100만원인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은 20대 4명 중 1명은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로 전·월세 대출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난 데다 고물가와 고용 불안까지 겹쳐 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생계비 대출' 20代 25%, 월이자 몇 천원도 못 내
21일 서민금융진흥원이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은 20대(만 19세 포함)의 이자 미납률은 24.5%에 달했다. 지난 6월 말까지 이자 납입일이 도래한 8931건 중 정상 납입이 6581건, 미납이 2190건, 완제(모두 상환)가 160건이었다. 20대 이자 미납률은 모든 연령 중 가장 높은 데다 전체 연령대 미납률(14.1%)과 비교하면 두 배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60대와 70대 이상 차입자의 이자 미납률은 각각 7.4%, 7.2%에 그쳤다. 50대는 9.7%, 40대 13.5%, 30대는 17.7%로 집계돼 나이가 많을수록 이자를 제때 갚는 비율이 높았다.

금융권에선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은 20대 청년 중 상당수가 한 달에 1만원도 안 되는 이자를 내지 못하며 ‘빚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보고 있다. 소액생계비 평균 대출 금액인 61만원에 대출 금리(연 15.9%)를 적용하면 첫 달 이자는 8000원 정도다. 20대는 연령 특성상 직업이 아예 없거나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고금리에 생활비 부담마저 커지면서 20대 청년층의 상환 여력 및 의지가 급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액생계비 대출의 전체 이자 미납률이 상품 출시 초반 8%대에서 최근 14%대까지 꾸준히 상승한 만큼 20대 미납률이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김 의원은 “청년 빚 문제의 심각성과 절박함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소액생계비 대출의 지속 공급과 함께 채무조정, 취업 지원 등 연계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월 몇천원의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20대가 늘어나는 것을 두고 ‘무계획 대출’ 성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