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지리연구소장직서 해임…국방부장관 "군대 명예 실추"
"동성애는 비정상" 伊 육군 소장, 저서 논란에 보직 해임
인종 차별적이고 동성애 혐오적인 책을 펴내 파문을 일으킨 이탈리아 현직 육군 장성이 보직 해임됐다.

로베르토 반나치(55) 육군 소장이 이탈리아 군사지리연구소(IGMI) 소장직에서 해임됐다고 안사(ANSA) 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나치 소장은 국방부가 귀도 크로세토 국방부장관의 지시로 징계 절차에 착수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보직 해임됐다.

크로세토 장관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반나치 소장은 '개인적인 망언'으로 군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국방부는 징계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나치 소장은 에세이 '거꾸로 뒤집힌 세상'에서 동성애자는 비정상이며 정상은 이성애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를 세뇌하려는 '국제 동성애 로비 단체'가 있다며 "우리는 소수자의 독재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지리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이탈리아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파올라 에고누에 대해서도 혐오감을 드러냈다.

반나치 소장은 "파올로 에고누? 그녀의 신체적 특징은 이탈리아인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흑인이 어떻게 이탈리아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또한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도가 집에 침입했을 때, 내가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으로 그를 쏘고 찌를 수 있는 권한이 왜 주어지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나치 소장은 자신의 에세이로 인해 파문이 일자 "비판에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문맥을 잘라내고 일부분을 발췌해 본질을 왜곡하는 언론보도가 많아서 유감"이라고 했다.

반나치 소장은 이탈리아 최정예 낙하산 여단 사령관을 지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2020년부터 모스크바 주재 이탈리아 국방 무관으로 재직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추방당했다.

이후 이탈리아 군사지리연구소장으로 임명됐다.

일반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그는 전날 에세이 내용 일부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중도 좌파 성향의 야당 정치인들은 한목소리로 반나치 소장의 해임을 촉구했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PD)의 알레산드로 찬 하원의원은 "현직 육군 장성이 반민주적, 인종차별적, 동성애 혐오적, 여성 혐오적 언어로 가득 찬 정치 에세이를 출간한 것은 심각하고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육군 관계자는 반나치 소장이 '거꾸로 뒤집힌 세상'을 군에 알리지 않고 이달 초 자비 출판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