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배터리 소재 '탈중국' 행보 가속…美 IRA 적극 대응
필리핀 현지기업과 합작해 니켈혼합물 생산…탄소배출 50% 감축 기술 적용
포스코퓨처엠, 필리핀서 니켈 생산 추진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이 양극재 핵심 원료인 니켈 조달망을 필리핀으로 확장한다.

필리핀에서 생산한 니켈을 국내로 들여와 양극재를 만들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규정한 '적격 핵심 광물' 요건을 충족할 수 있어 북미 시장으로의 공급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17일 필리핀 광산 개발 업체인 MC그룹(MICHAEL CHEN GROUP)의 니켈 전문 자회사 NPSI와 합작 사업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진행된 서명식에는 포스코퓨처엠 김준형 사장과 MC그룹 마이클 첸 회장 등이 참석했다.

포스코퓨처엠과 NPSI는 필리핀 현지에 합작사를 세우고 포스코퓨처엠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이 공동 개발 중인 새 제련 기술을 활용해 니켈 혼합물(MHP·Mixed Hydroxide Precipitate)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새 기술은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는 기술과 비교해 공정 프로세스가 단축돼 원가 경쟁력이 높고, 탄소 배출량이 약 50% 이상 줄어드는 환경친화적인 기술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차원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포스코퓨처엠은 설명했다.

모기업인 포스코홀딩스가 아닌 포스코퓨처엠이 해외에서 배터리 소재 직접 생산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니켈 혼합물은 니켈 함량이 약 1% 수준인 니켈 광석의 불순물 제거 공정을 거쳐 생산하는 중간재로 양극재용 고순도 황산니켈 생산 원료로 쓰인다.

니켈은 리튬, 망간, 코발트, 알루미늄과 더불어 양극재 핵심 원료다.

니켈 사용 비중이 높을수록 배터리 저장 용량을 높일 수 있다.

전기차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중요한 광물이어서 세계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번 협약을 통해 세계 니켈 생산량 2위 국가인 필리핀에 생산 체제를 구축, 안정적인 양극재 원료 공급망을 확보하고 사업 수익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계 니켈 생산량은 인도네시아 160만t, 필리핀 33만t, 러시아 22만t, 뉴칼레도니아 19만t 순이다.

새 합작 공장은 매장량이 4천만t에 달하는 필리핀 팔라완 지역의 MC그룹 광산에서 니켈 광석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MC그룹은 현지 광산 추가 지분 투자와 인수를 통해 2026년까지 약 2억t의 니켈 광석을 확보해 포스코퓨처엠과의 협력을 지속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은 "NPSI와 합작을 통한 니켈 사업으로 양극재 사업 수익성 강화와 더불어 친환경 원료 공급망 구축에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첸 NPSI 회장은 "글로벌 배터리 소재 기업 포스코퓨처엠과의 필리핀 니켈 합작 사업을 가속화하고 시너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IRA 시대를 맞아 이차전지 소재 공급망 '탈중국' 차원에서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독자적인 니켈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5월 세계 1위 니켈 보유·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 연간 5만2천t의 니켈 중간재를 생산하는 제련 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또 포스코는 뉴칼레도니아 원료법인 NMC로부터 니켈 광석을 공급받아 연산 2만t 규모의 이차전지용 고순도 니켈 공장을 전남 광양에 건설 중이다.

지난 2021년에는 호주 니켈 광산·제련 업체인 레이븐소프 지분 30%를 인수해 호주산 니켈 공급망을 확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