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번아웃·열등감에 시달린다면 '완벽주의의 함정'에 빠진 것
“당신의 약점을 말해보세요.” 면접장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 질문의 모범답안은 무엇일까. “지나치게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제 약점입니다” 정도면 꽤 괜찮은 답변이다. 성과에 대한 집념으로 자기를 채찍질하고 개인의 희생을 기꺼이 감내하는 인재(人才)라는 인상을 준다.

<완벽주의의 함정>은 어느덧 약점이 아니라 시대적 덕목이 된 완벽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한 책이다. 책은 과열된 경쟁이 직장인을 번아웃으로 내몰고 소셜미디어가 비추는 남들의 일상이 열등감과 우울감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저자 토머스 커런 영국 런던정치경제대 부교수는 “현대 사회는 게으름을 피우거나 속도를 늦추는 것은 물론 이 모든 노력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국 사이클 선수인 랜스 암스트롱은 완벽주의의 함정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그는 세계 최고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 7회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지만 훗날 도핑 사실이 드러나며 기록이 말소됐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선택이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기 위한 행위였다고 해명했다. “당시 문화가 그랬습니다. 선수는 각자의 선택을 따랐을 뿐이죠.”

암스트롱도 뛰어든 당시의 ‘무제한 경쟁’은 사이클리스트들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렸다. 암스트롱 자신은 성과를 거뒀을지 몰라도 모두가 그처럼 운이 따라준 것은 아니었다. 일부 선수는 약물 부작용에 시달리거나 심한 경우 목숨을 잃었다.

저자는 오늘날 “사회 곳곳에서 파괴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시작은 광고와 소셜미디어 확산이었다. 광범위하게 뻗어나간 인터넷은 소비자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상기하게끔 유도했다. 신형 차와 고급 주택, 세련된 옷과 액세서리 수요는 끊이지 않았다.

완벽을 향한 인간의 갈증은 광고와 소셜미디어의 동력이 됐다. 매일 약 20억 명의 이용자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포토샵으로 꾸며진 ‘상위 0.1%’와 자신을 비교한다.

문제는 10대 이용자로 갈수록 심각해진다. 저자가 입수한 페이스북 내부 문건에 따르면 미국 청소년의 6%, 영국 청소년의 13%가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며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10대 여성 이용자의 3분의 1은 신체 이미지(자기 신체에 갖는 주관적인 인상) 악화를 호소했다.

<완벽주의의 함정>은 ‘완벽한 책’은 아니다. 책에서 제시한 자료와 도표는 정교하지 않다. ‘자신의 불완전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원론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인상도 준다. 완벽주의에 대한 환상이 생기는 심리적 배경을 분석한 대목과 이를 부추기는 경제 시스템을 비판한 지점은 주목할 만하다.

정리=안시욱 기자

이 글은 WSJ에 실린 빌 히비의 서평(2023년 8월 10일) ‘The Perfection Trap Review: The Enemy of the Good’를 번역·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