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심의위원 선정에 관여 가능성
前수사단장,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위원 선정' 공정성 우려도
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공정한 수사를 받게 해달라며 14일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다.

박 대령 측 김경호 변호사는 이날 우편으로 국방부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보낼 예정이다.

수사심의위원회는 고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사건 이후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정된 기구다.

심의위원회는 민간을 포함해 5∼20명으로 구성되며, 수사 계속 여부와 공소 제기여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심의한다.

다만 소집을 신청한다고 무조건 위원회가 열리지는 않는다.

신청서가 들어오면 국방부 검찰단장이 심의위원중 5명을 선정해 이 문제를 다룰지 논의하게 된다.

이들의 결정에 따라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가 정해지는 것이다.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때 구성됐던 수사심의 위원들은 2년 임기가 만료돼 다시 위촉돼야 한다.

그런데 위원 선정 과정에 국방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어 일각에선 공정하게 이뤄질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이번 사건 당사자의 한 명인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령 측은 법무관리관이 지난 8월1일 전화로 '죄명을 빼라, 혐의자 및 혐의사실을 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수사심의위원회 위원들은 저희가 민간 법무전문 관련 단체로부터 추천받아 선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 대변인은 '선정 절차에서 법무관리관은 배척해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법무관리관이 주어진 권한과 역할 내에서 수사심의위원회를 법과 규정에 따라서 처리되도록 할 것"이라면서도 "(배척해야 한다는) 그런 의견이 법리적으로 맞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령은 채 상병 순직 사고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됐다.

박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 출석이 예정돼 있던 지난 11일 군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을 축소하라는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