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450조원 규모 '新성장촉진' 계획 발표…"아랍권에도 문 두드릴 것"
룰라, 미중 경쟁 반사이익 노리나…"바이든·시진핑에 투자요청"
과거 절묘한 실리외교로 국가 재건의 기틀을 잡았던 루이스 이나시루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양대 초강대국에 동시에 투자를 요청하고 나섰다.

브라질 정부는 11일(현지시간) 총 9개 영역의 프로젝트로 구성된 '신 성장촉진 프로그램'(novo PAC)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총 1조6천800억 헤알(450조원)의 예산을 들이는 이 대형 프로젝트는 경제 성장과 고용 촉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브라질 정부는 설명했다.

룰라 대통령은 2026년 임기 말까지 에너지와 교통, 인프라 구축 등 분야에 1조3천억 헤알(35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4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주요 목표 중 하나라고 현지 매체인 G1은 보도했다.

공립학교 5G(5세대 이동통신) 인터넷 구축을 비롯한 디지털 전환, 의료 시설 확충, 연방 대학 및 유치원 시설 개선, 취약계층 주거지 마련, 고속도로·항만 현대화, 아마존 지역 친환경 에너지 기반 마련 등도 포함됐다.

룰라 대통령은 재원 마련을 위해 세계 주요국의 투자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이번 프로젝트 발표 행사를 주관한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브라질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을 독려할 예정"이라며 "저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이 너무 오랫동안 전쟁에 자금을 밀어 넣는다는 점을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가 세계 주요 2개국(G2)을 콕 집어 언급한 데에는 중남미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을 십분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2003∼2010년 1·2기 정부 당시 '8년간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룰라는 당시에도 중남미 내 강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실리 외교를 펼쳤다.

복지 정책을 강화하면서도 나랏빚을 해결하고 세계 8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켰던 룰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견제와 친화적 태도의 조화로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룰라는 여기에 더해 "아랍권과 유럽에도 우리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세일즈할 것"이라며 프로젝트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AP통신은 과거 룰라 2기 정부(2007년) 때에도 PAC가 발표된 적 있다며, "이전에 빛을 보지 못한 계획이 이번에 다시 들어가 있는 데다 (프로젝트 규모를 고려할 때) 자칫 부패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가들 비평이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