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인터뷰…"흉악범죄에 총기 동원 강력 대응"
이태원 참사 때 가장 힘들어…"법무부 수사준칙은 미세조정"
윤희근 경찰청장 "흉악범죄에 뺏긴 일상 돌려드리겠다"
현 정부의 첫 경찰 수장인 윤희근 경찰청장이 10일로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윤 청장은 취임 1년을 맞아 3일 경찰청장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남은 임기 1년의 소임을 '일상회복'으로 압축했다.

빈발하는 흉악범죄로 불안해진 국민의 일상을 되돌리는 데 경찰이 전력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남은 임기에는 국민의 평안한 일상을 지켜드리기 위해 국민이 편한 '안심 공동체'를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며 "최근 흉기난동과 같은 흉악범죄로부터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신림역에 이어 3일 서현동 흉기난동 사건 이후 경찰특공대와 전술 장갑차까지 배치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선 것도 현 상황을 우리 공동체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청장은 "범죄로부터 물 샐 틈 없는 공동체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며 "흉악범죄에 대해서는 총기도 당연히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범죄 전력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한발 앞선 특별예방을 통해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도 다짐했다.

윤 청장은 또 현장 경찰이 흉악범죄에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경찰 직무수행에 대한 형벌 감면규정과 국가가 대신 손해배상청구소송 당사자가 되는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도 밝혔다.

이어 "경찰법률보험 등 각종 소송지원 제도를 강화해 현장 경찰이 법적·금전적 부담 없이 흉박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윤 청장의 지난 1년은 순탄하지 않았다.

취임한 지 두달여만에 이태원 참사라는 초대형 사건이 터졌고 지난달엔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경찰 조직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졌다.

경찰국 신설과 이에 대항한 총경회의로 경찰 내부가 어수선했고 정순신 낙마 사태도 그의 입지를 좁혔다.

일부는 불가항력적이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윤 청장은 이들 일련의 사태에 "송구한 마음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 역시 이태원 참사 때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참사 때마다 제기되는 '경찰 만능주의'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윤 청장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경찰만이 모든 문제를 전문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예방하거나 감당해선 국민 안전이 확보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경찰 만능주의를 극복하면서 유관기관과 더욱 협업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흉악범죄에 뺏긴 일상 돌려드리겠다"
흉악범죄와 함께 사기범죄에 대해서도 강력한 근절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취임 당시 '국민체감 1호 약속'으로 내세울 만큼 윤 청장은 사기범죄 근절에 대해 깊은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경제적 살인'인 악성사기는 살인·강도보다 개인이나 가정에 더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범죄"라면서 "수사기관부터 법원, 일반 국민까지 사기범죄의 해악에 대한 인식 자체가 확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기범죄 처벌 강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윤 청장은 "법원이 선고하는 형량이 가벼워 사기범들은 징역 1, 2년을 살다가 나와 숨겨둔 돈으로 경제적 풍요를 누리지만 피해자들은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국민체감 약속이었던 마약범죄와 건설현장 폭력행위 근절에 대해서도 단호한 태도를 내비쳤다.

그는 "마약범죄는 사회안전망을 갉아 먹는 치명적 독소고 건설현장에 뿌리내린 각종 불법행위는 반드시 척결해야 할 사회문제"라며 "사회 공공의 질서를 보하는 것은 경찰의 존재 이유이자 가장 본질적인 역할"이라고 말했다.

불법 집회·시위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누릴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 행위는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는 소신을 거듭 내비쳤다.

윤 청장은 "집회·시위의 자유는 '민폐의 자유'가 아니고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누릴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보장된다"며 "시위대와의 충돌을 감수하고서라도 경찰이 방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집회·시위의 자유를 가장한 민폐의 자유는 더는 용인될 수 없다"며 "우리 이웃의 평온한 일상을 회복시켜드리기 위해 준법 집회·시위 문화를 반드시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경찰 내부에선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총경회의의 후유증이 여전하다.

윤 청장이 '총경회의 멤버'에 대해 보복성 인사를 했다는 불만도 식지 않은 터다.

윤 청장은 내부 문제에 대해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는 경찰 조직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과 지속해 소통하고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 커지는 젠더 갈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소통창구를 개설하고 신임 경찰관 채용 시 성인지감수성을 심층적으로 진단·검증하겠다"고 답했다.

법무부가 지난달 31일 입법예고한 수사준칙 개정안에 대해선 '미세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수사준칙을 둘러싸고 경찰의 수사종결권이 무력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청장은 "개정안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나 검찰의 경찰수사 지휘 폐지 등 수사권 조정의 큰 물줄기를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인력이 증원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권이 조정돼 경찰 업무가 가중된 측면이 있었는데 그런 현장의 실정을 반영한 미세 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경찰이 전담하는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일각에서 나오는 '경찰 불신'에 대해선 비판적이었다.

윤 청장은 "경찰은 1945년 창설 이래 안보수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며 "경찰은 대공수사권 이관을 대비해 안보수사 인프라를 확충했고 수사 전문성 강화를 통해 경찰 중심의 대공수사 체계를 면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