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달짝지근해: 7510'서 첫사랑 빠진 과자 연구원 역
"상대역 김희선 덕에 행복…새콤달콤한 모두의 사랑 이야기"
유해진 "굳은살 벗겨내고 로맨스 연기…순수한 때 그리웠죠"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순수했던 시절이 그립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아무래도 저는 세월이 흐르면서 많이 무뎌졌으니까요.

"
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이하 '달짝지근해') 주연 배우 유해진은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한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뒤늦은 첫사랑을 하게 된 제과 회사 연구원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유해진은 주인공 '치호' 역을 맡아 데뷔 후 첫 로맨스 연기를 선보였다.

타인과의 관계에 미숙해 연애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던 치호는 '일영'(김희선 분)을 만나 설렘과 열정, 아픔 등 사랑의 과정을 겪게 된다.

중년의 아저씨가 보여주는 서툰 사랑이 웃음과 뭉클함을 준다.

유해진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봤을 때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와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했다면서 "때 묻지 않는 사랑을 잘 표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치호는 말하자면 뭣도 잘 모르는 사회 부적응자잖아요.

이런 사람한테 사랑이 찾아왔을 때 그 감정이 얼마나 크겠어요? 저도 살아오면서 (감정에) 굳은살이 많이 생겼지만, 그걸 계속 벗겨내다 보니까 새살이 나오더라고요.

치호의 입장에서 계속 생각하니까 그게 남아 있긴 남아 있었어요.

하하. '나도 예전에 이렇게 사랑했었지, 그 사람 집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렸었지…' 이런 게 많이 떠올랐습니다.

"
유해진 "굳은살 벗겨내고 로맨스 연기…순수한 때 그리웠죠"
어릴 적 사고로 뇌를 다친 치호는 사회성이 부족한 대신 그 나이 때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일영이 스킨십을 해오자 놀라 도망치고, 그가 데이트 신청을 해달라고 돌려 말하는 것도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

재밌는 사람이 좋다는 일영을 웃기기 위해 동료에게서 이른바 '아재 개그'를 배우기도 한다.

웃음의 타율이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유해진의 순박한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피식하고 미소가 번진다.

유해진은 "아무래도 제가 좀 귀여우니까"라며 웃었다.

"호불호가 있는 것 같지만 많은 분이 재밌었다고 얘기해줘서 다행이에요.

저는 시사회 때 못 들어가겠더라고요.

그래서 반응을 직접 느끼진 못했어요.

특히 코미디 장르일 때 반응을 살피는 게 참 무서워요.

나는 재밌다고 찍었는데 아닐까 봐요.

'달짝지근해'는 다른 작품보다 더 웃음이 필요한 작품이기도 하고요.

잘못하면 정통 멜로가 되어버리니까요.

"
그가 웃음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김희선과의 호흡이다.

코미디 장르이긴 하지만, 사랑이 주제인 영화인 만큼 상대역과 소통이 잘 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희선 씨가 아니라 그 누가 상대역이라고 하더라도 걱정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촬영 내내 희선 씨 덕분에 행복했어요.

경쾌한 분이라는 건 알았지만 '저렇게 상대를 안 힘들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현장 스태프도 희선 씨가 탄 차가 들어오면 미어캣처럼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쳐다보곤 했답니다.

"
유해진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일영 역을 김희선이 맡아주기를 바랐다고 한다.

김희선이 이 감독의 출연 제안을 단번에 수락하면서 그의 바람은 실현됐다.

유해진 "굳은살 벗겨내고 로맨스 연기…순수한 때 그리웠죠"
김희선이 연기한 일영은 대학생 딸을 둔 마흔한 살의 미혼모다.

치호 역시 마흔다섯 살로 나오다보니 일각에서는 이 영화를 '중년 로맨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해진은 "어른들의 사랑 얘기라고 선입견을 가질까 봐 걱정된다"며 "새콤달콤한 모두의 사랑 이야기로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달짝지근해'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 정우성이 주연하고 연출한 '보호자'와 같은 날인 오는 15일 개봉한다.

'밀수', '비공식작전',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한국 대작 4편도 극장에 걸려 있어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해진은 "아무래도 제가 '짬밥'이 있다 보니 고민되고 걱정되는 게 많다"면서도 "우리 영화처럼 편하게 보고, 다 보고 나서는 맥주 한잔할 수 있는 작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솔직히 얘기하면 (개봉작 중에서) 2∼3등은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큰 영화만 덩그러니 잘되는 것보다는 우리 같은 중형급 영화들도 잘돼야 또 다른 다양한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관객들도 질리지 않잖아요.

블록버스터도 중요하지만 '달짝지근해' 같은 '안 블록버스터'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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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굳은살 벗겨내고 로맨스 연기…순수한 때 그리웠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