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방탄물품 획득사업 추진실태' 감사…"성능 기준 제대로 마련하라"
육군군수사령부 과장, 44억원 지키려 방탄 헬멧 허위 검사서 작성…'정직' 요구
해병대 방탄복, 바닷물에 성능저하…"3시간 두면 관통확률 70%"(종합)
해상·상륙작전을 수시로 진행하는 해군과 해병대원에게 지급되는 방탄복이 바닷물이 들어갔을 때 성능이 떨어진다는 감사원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8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방탄물품 획득사업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국방부에 "방탄복 구매 요구서에 해수 침투 시 저항 관련 성능 기준을 포함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각 군 특성을 고려해 일반 장병에게는 '방탄복 Ⅰ형'을, 대테러 등 특수임무 수행 장병에게는 '방탄복 Ⅲ형'을, 함정 근무 장병에게는 '부력 방탄복'을 보급하고 있다.

해군과 해병대원에게는 일반 장병과 같은 방탄복 Ⅰ형이 주어지는데, 이 방탄복은 담수 방수 기능만 있고 해수에 젖었을 때 성능이 낮아지지 않는지 시험하는 기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바닷물에 방탄복을 3시간 동안 노출한 후 방탄성능 시험사격을 실시했을 때 방탄복의 관통 확률이 70%까지 증가한다는 영국 메트로폴리탄 경찰청 연구자료를 인용, "해수 노출이 방탄복의 방탄성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감사 기간에 자체 점검했을 때도 방탄복의 해수 흡수 후 저항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작전 중인 장병의 안전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함정 근무 장병에게 주어지는 부력방탄복의 파편탄 방호 기준이 2001년 설정된 '초속 470m'에 머물러 있다며 요구 성능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탄복 Ⅰ형은 2011년에 파편탄 방호 기준이 초속 470m에서 초속 560m로 강화됐다.

국방부의 방탄물자 유지·관리 방식에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국방부는 방탄물자 소재나 군 운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조달청이 일반물자에 적용하는 내용 연수(耐用 年數) 고시만 반영해 방탄물자의 내용 연수를 9∼15년으로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해병대 방탄복, 바닷물에 성능저하…"3시간 두면 관통확률 70%"(종합)
방탄물자의 주된 소재는 폴리에틸렌으로 열에 약하고 쉽게 변형된다는 점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내용 연수에 가까운 방탄 물자를 각 군에서 무작위 회수해 확인해보니, 보급된 지 20년 된 부력 방탄복도 여전히 해군 작전에 활용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내피에 구멍이 나 방수기능이 떨어진 방탄복이 해병대 예하 부대에서 사용되는 등 방탄 성능이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감사원은 "제대로 된 유지·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국방부에 통보했다.

2021년 말에 진행된 육군 경량방탄헬멧 구매 과정에서는 선검사 요건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허위 검사보고서가 제출된 것으로 드러나 감사원이 육군군수사령부 소속 A과장의 정직 징계를 요구했다.

먼저 육군본부는 2021년 12월 경량방탄헬멧이 '선납품·후검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해 배정된 관련 예산 44억원을 쓰지 못할까 봐 방위사업청에 선납품·후검사를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납품·후검사는 국가재난이나 해외파병 지원 등 긴급 소요일 경우에만 진행된다.

이어 육군군수사령부 소속 과장 A씨는 경량방탄헬멧에 위장포 탈부착을 위해 붙어 있는 벨크로(찍찍이)를 제거한 뒤에 방탄성능 시험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무시하고 벨크로를 붙인 채 시험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능 시험을 실시한 미국 방탄성능 시험기관(NTS)은 헬멧 외부 벨크로 때문에 함몰 깊이를 잴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는 재시험 등 대책을 찾지 않고 상급자에게 '모든 성능 항목이 충족된다'고 보고하고 완제품 검사 결과서까지 허위로 작성해 '적합'으로 판정, 육군본부에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