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적 취득 후 3년 경과' 국가대표 선발 규정서 예외 적용
도쿄 올림픽서 망명 택한 육상 선수, 폴란드 대표 자격 얻어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기간에 벨라루스 강제 입국을 거부하고 망명한 육상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26)가 폴란드 국가대표 자격을 얻었다.

세계육상연맹은 7일(현지시간) 치마노우스카야의 선수 소개란을 통해 "벨라루스 대표였던 치마노우스카야는 연맹 규정에 따라 8월 6일부터 폴란드 국가대표로 뛸 수 있다"고 알렸다.

치마노우스카야는 2021년 8월 폴란드로 망명했고 지난해 8월 31일에 폴란드 국적을 취득했다.

세계육상연맹은 "한 나라를 대표해 국제대회에 출전한 선수는 귀화 후 3년이 지나야 새로운 나라의 대표로 뛸 수 있다.

국가대표 경력이 없는 선수는 귀화 1년 뒤 새로운 국가의 대표로 나설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정치적인 박해 등으로 망명한 선수에게는 국제대회 출전 금지 기간을 유연하게 적용한다.

치마노우스카야는 망명 후 2년, 국적 취득 후 1년 만에 폴란드 국가대표 자격을 얻었다.

그는 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게 엄청난 기회가 주어졌다"며 "갑작스럽게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그래도 (폴란드 국가대표 자격을 얻어) 매우 행복하다"고 썼다.

폴란드 국가대표로 뛸 자격을 얻긴 했지만, 8월 19일에 개막하는 2023 부다페스트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치마노우스카야가 출전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우선 개인 종목 출전은 불가능하다.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여자 100m 기준 기록은 11초08, 200m 기준 기록은 22초60이다.

기록 인정 기간에 치마노우스카야는 두 종목 모두 기준 기록을 통과하지 못했고, 랭킹 포인트 순위도 크게 밀렸다.

폴란드육상연맹이 치마노우스카야를 계주 멤버로 추가하지 않는 한,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치마노우스카야의 모습을 볼 수 없다.

AP통신은 "폴란드육상연맹은 치마노우스카야에 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도쿄 올림픽서 망명 택한 육상 선수, 폴란드 대표 자격 얻어
치마노우스카야는 2021년 벨라루스 육상 대표로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벨라루스로 돌아가지 않고 폴란드 망명을 택했다.

100m와 200m가 주 종목인 치마노우스카야에게 대표팀 관계자가 "1,600m 계주에 출전하라"고 지시한 게 발단이었다.

이에 치마노우스카야는 SNS에 벨라루스 육상 대표팀 관계자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벨라루스는 치마노우스카야의 강제 입국을 결정했다.

치마노우스카야는 "모든 게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입국하라는 통보를 받고 40분 만에 선수촌을 나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미 벨라루스에 있는 할머니로부터 "절대 이곳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받은 터였다.

치마노우스카야는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뒤 기지를 발휘했다.

바로 옆에 벨라루스 관계자가 있었지만, 공항에 있는 일본 경찰에게 휴대전화 번역기를 이용해 '이들에게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경찰의 도움으로 치마노우스카야는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폴란드에 도착했다.

도쿄 올림픽 이후 치마노우스카야는 약 2년 동안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육상연맹이 치마노우스카야에게 폴란드 국가대표 선발 자격을 부여하면서, 그는 다른 벨라루스 선수들보다 먼저 국제대회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세계육상연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침공 조력국 벨라루스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을 불허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