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4박5일 숙박·잼버리 프로그램 지원…K팝 콘서트 '상암' 검토
조기철수 원인은 '배수취약'…잼버리 파행 '책임공방' 예상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되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들이 영지를 떠나 서울 등 수도권으로 떠난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이하 세계연맹)은 7일 오후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조기 철수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등에 따르면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8일 오전 10시부터 순차적으로 야영장을 빠져나갈 예정이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태풍 대비 잼버리 비상시 계획을 보고받았다.

대원들이 잼버리 야영지를 떠남에 따라 오는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K팝 콘서트도 장소를 변경해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태풍 '카눈' 북상에 잼버리 조기 철수…새만금서 수도권으로
◇ '폭염 고비 넘겼지만' 태풍에 결국 철수
기록적인 폭염과 위생, 보건 문제에도 꿋꿋이 잼버리 강행 의사를 밝혔던 세계연맹과 조직위원회는 태풍 카눈의 위협 앞에 조기 철수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세계연맹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오늘 오전 대한민국 정부가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 전원 조기 철수 계획을 연맹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세계연맹에 곧 출발 계획과 참가자들을 유치할 장소에 대한 세부 사항을 제공할 것이라고 통보했다"라면서 "우리는 정부에 계획을 신속히 추진하고 참가자들이 체류 기간, 그리고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필요한 모든 자원과 지원을 제공할 것을 긴급히 요청했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날 잼버리 조기철수를 선언하고, 비상대피계획을 발표했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본부장은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태풍 북상에 따른 비상 대피 계획 브리핑'을 열고 "태풍이 내습할 경우 전라북도가 영향권에 들게 돼 잼버리 영지 운영의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어제(6일) 대통령께서 정부 대책 마련을 지시해서 이 계획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피계획에는 세계스카우트연맹 및 각국 대표단의 우려와 요청도 반영됐다"라고 했다.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8일 오전 10시부터 순차적으로 야영장을 빠져나갈 계획이다.

대상인원은 156개국에서 온 3만6천여명으로, 버스 1천여대가 동원된다.

철수 종료 시점은 오후 4시 전후로 예상된다.
태풍 '카눈' 북상에 잼버리 조기 철수…새만금서 수도권으로
◇ 철수한 대원들 수도권행…K팝 공연도 수도권 검토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을 떠난 대원들은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난 수도권으로 숙소를 옮겨 이후 일정을 소화한다.

이날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태풍 대비 잼버리 '비상시 계획(컨틴전시 플랜)'을 보고받고 점검했다.

컨틴전시 플랜에는 스카우트 대원들의 숙소와 남은 일정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남은 4박5일 동안 숙박과 잼버리 프로그램이 계속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잼버리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원들은 각 지자체의 수용가능한 시설로 갈 예정"이라며 "지자체별로 전통문화 체험 등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정부는 서울 시내 대학교 기숙사와 각종 공기업 및 민간기업 연수시설과 함께 구청에서 보유한 체육관 등으로 숙소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잼버리 참가자들을 위한 정부 대책에 적극 호응,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총력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시는 자치구와 함께 호텔 등 현재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는 숙소를 파악하고 있다.

가급적 숙박시설을 우선으로 파악 중이다.

인원은 일단 '1만5천명 + α' 선으로 알려졌다.
태풍 '카눈' 북상에 잼버리 조기 철수…새만금서 수도권으로
기업들도 사업장 견학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잼버리 지원을 이어간다.

삼성은 잼버리 참가자를 대상으로 평택 또는 화성 반도체공장, 수원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SIM) 견학 프로그램 등 '오픈 캠퍼스' 사업장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SK그룹도 계열사별로 정보통신기술(ICT)과 반도체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견학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10일까지 네덜란드와 일본, 말레이시아 국적의 스카우트 대원들을 대상으로 현대차 전주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폐영식 전날(11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K팝 콘서트 역시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 등 규모가 큰 수도권 스타디움으로 옮기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애초 콘서트 날짜와 장소는 6일 새만금 야영지에서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한 차례 변경된 바 있다.

◇ 조기철수 원인은 '배수취약' 새만금…태풍 견디기 어려워
세계연맹이 조기철수를 결정한 데는 대회 장소인 새만금지구의 태생적인 한계가 영향을 끼쳤다.

바닷물이 드나들던 뻘밭을 메워 만든 야영지는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대회 직전까지도 물에 잠긴 적이 있기 때문이다.
태풍 '카눈' 북상에 잼버리 조기 철수…새만금서 수도권으로
세계연맹은 태풍이 몰고 올 비와 바람 피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카우트 대원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만금 기본계획에 따르면 잼버리 야영장의 규모는 여의도 3배 크기의 8.8㎢로 애초 관광·레저용지였으나 농업용지로 전환해 조성했다.

농업용지는 많은 물을 가두는 게 이득이기 때문에 별도 배수장치 없이 최대한 평평하게 조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잼버리 부지도 마찬가지로 배수 기능이 아예 없어 비가 조금만 내려도 물에 잠기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본대회를 앞두고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던 '프레 잼버리' 역시 당시 코로나 전파 문제 이외에도 침수 우려 등으로 개최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카눈이 10일 남해안에 상륙해 한반도를 관통하는 것으로 예보됐기 때문에 잼버리 야영장이 물에 잠기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미 폭염으로 체력적인 부담이 큰 대원들이 태풍까지 견뎌내기에는 무리라는 것이 세계연맹의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잼버리 사실상 파행…여·야간 책임공방 예상
태풍 '카눈' 북상에 잼버리 조기 철수…새만금서 수도권으로
잼버리 스카우트 전원 철수가 확정되면서 새만금 잼버리는 사실상 파행을 맞게 됐다.

대원들이 빠져나간 잼버리 야영장도 폐쇄 수순을 밟게 됐다.

이제 남은 것은 잼버리가 파행을 맞게 된 원인과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인 조직위가 1천억원대의 예산 대부분을 야영장 조성보다 조직위 운영에 쓴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의 방향은 조직위로 쏠리고 있다.

정부와 전북도, 잼버리 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번 잼버리에 투입된 총예산은 1천171억원이다.

국비 303억원, 도비 409억원을 비롯한 지방비 419억원, 참가비 등 자체 수입 399억원, 옥외광고 5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무려 74%를 차지하는 870억원이 조직위 운영비 및 사업비로 잡혔다.

조직위는 인건비 55억원과 운영비 29억원 등 84억원을 비롯해 사업비 656억원, 시설비 130억원이 편성됐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사업비 656억원에는 참가자 급식 및 운영요원 식당운영 등 121억원, 과정 활동 프로그램 운영비 63억원, 텐트·매트·취사용품 구입 59억원, 회원국 항공료 지원비용 45억원, K팝 공연 등 공연이벤트 45억원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하수도와 하수처리시설, 주차장, 덩굴터널 등 기반시설 조성에는 205억원이 편성되는 데 그쳤다.

대집회장 조성과 강제배수시설 조성에는 각각 30억원이 투입됐다.
태풍 '카눈' 북상에 잼버리 조기 철수…새만금서 수도권으로
대원들에게 원성을 샀던 화장실과 샤워장, 급수대 등 숙영 편의시설 설치 등 시설비에는 전체 예산의 11% 수준인 130억원만이 집행됐다.

턱없이 부족한 편의시설 탓에 대원들은 야영장에서의 고된 생활을 이어왔다.

여성가족부와 전북도 등 공무원들이 잼버리 준비 활동을 명목으로 수십건의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것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번 대회가 끝난 후라도 관계기관은 문재인 정권 5년간 이번 세계대회를 위해 무엇을 준비했고, 1천억원이 넘는 예산은 어떻게 지출했는지 철저히 검증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정부에 폭염 대책 등을 위해 수년간 예산 증원을 요청했었다"면서 "조직위에 많은 부분을 협조했고 전적으로 전북이 잘못했다는 것은 억울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