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부터 준비 부실 비판…침수·폭염·위생 등 문제 잇따라
온열질환자 속출에 대책 마련…정부가 주도해 상황 차츰 개선
영국·미국 등 퇴영으로 위기…태풍 내습에 끝내 야영장서 조기 철수
'반쪽 행사'로 끝난 새만금 세계잼버리…개최부터 조기 철수까지
정부와 세계스카우트연맹 결정으로 7일 잼버리에 참가한 대원과 지도자의 조기 철수가 확정됐다.

정부는 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영지 내 참가자 안전에 위험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같이 결정했다.

먼저 퇴영한 영국과 미국을 제외한 156개국, 3만6천여명의 참가자는 8일 오전 10시부터 순차적으로 야영지를 떠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개최부터 조기 철수까지 일주일간의 사건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반쪽 행사'로 끝난 새만금 세계잼버리…개최부터 조기 철수까지

◇ 준비 부실 '민낯'…온열질환자 속출
잼버리 개막일인 1일부터 대회 조직위원회의 부실한 준비 문제가 불거졌다.

야영장 곳곳에서는 물웅덩이가 발견됐고, 열악한 환경 탓에 델타 구역(각 대표단이 꾸린 홍보부스 등이 마련된 곳)은 빈 부스가 대부분이었다.

화장실 위생은 불량하기 짝이 없었고, 천으로 겨우 가린 샤워실은 열악한 야영장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대원들은 물에 잠긴 야영장에 플라스틱 팔레트를 깔고 나서야 겨우 텐트를 설치할 수 있었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한낮에는 사실상 작업이 불가능해 대부분 그늘에서 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첫날에만 400여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는데도, 조직위는 "중증 환자는 없다"면서 안일한 안전 인식을 드러냈다.

되레 '스카우트 정신'을 언급하며 "잘 이겨낼 수 있다"고 대원들을 독려했다.

'반쪽 행사'로 끝난 새만금 세계잼버리…개최부터 조기 철수까지
◇ 음식 불량, 편의점 폭리, 냉수 공급 차질…개영식에서 집단 탈진
대회 이틀째인 2일 스카우트 대원들은 음식으로 제공된 음식과 부족한 기반 시설에 대한 불만을 잇달아 제기했다.

대원들에게 공급된 구운 달걀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폭염에도 생수는 제때 공급되지 않았다.

야영장에 입점한 편의점은 이 틈을 타 시중보다 비싼 가격에 얼음과 음료를 파는 등 폭리를 취했다.

전북도의사회는 온열질환자가 잇따르자, 의료봉사를 준비했으나 조직위 측에서 거절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직위는 "모든 기간(1∼12일)에 봉사하지 않을 거면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의사회는 "자발적으로 돕겠다는 의사들 손을 뿌리쳤다"고 비판했다.

개영식에서는 스카우트 대원 등 100여명이 집단으로 탈진하거나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 당국은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행사 중지를 요청했으나 조직위는 "갑자기 중단하면 참가자들이 동요할 수 있다"며 30여분간 강행해 논란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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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 막는 조직위…여가부 차관 사과
국제 행사인 잼버리 비판 보도가 잇따르자 조직위는 3일 '참가자 안전'을 이유로 기존 취재 장소로 제공하던 델타 구역을 통제했다.

정해진 시각에 스카우트 운영요원(IST)과 동행해야만 취재가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취재진의 거듭된 항의에도 "환자들을 취재해서는 안 된다"며 규정에 따르지 않으면 취재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조직위는 연일 온열질환자가 수백명씩 발생하자, 영내 야외 프로그램 일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고 행사장 폭염에 대처하기 위해 재난안전특별교부세 3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대본 사상 처음으로 폭염 2단계가 내려지는 등 온열질환자가 속출한 탓이다.

대회를 주관한 부처 중 하나인 여성가족부는 대회 초기 불거진 여러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이기순 차관은 "준비를 아무리 한다고 했어도 기대할 만큼 만족할 만큼 준비를 못 한 것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폭염 상황에 따라 영내 활동을 줄이고 영외 활동을 확대하는 등 프로그램 운영을 탄력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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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잼버리 예비비 69억원 의결…"이제 정부가 주도"
정부는 4일 부족한 야영장 기반 시설을 충원하기 위해 잼버리 예비비 69억원의 집행을 의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금부터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마지막 한 사람의 참가자가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안전관리와 원활한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야영장 내 온열질환자 발생 보고를 받고 스카우트 학생들이 잠시라도 시원하게 쉴 수 있는 냉방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야영장에는 냉방 버스 130대가 속속 도착했고, 참가자들은 폭염을 피해 버스 안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동안 전라북도가 주도하고 중앙정부는 행정·재정적 지원을 해왔으나 정부가 전면에 나서 행사를 책임지기로 하면서, 참가자에 대한 지원이 강화됐다.

기업과 종교계도 참가자 안전을 위해 생수와 얼음, 화장실 등 지원 물자를 속속 보내면서 열악한 야영장 상황도 차츰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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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미국 야영장 퇴영…다른 참가국은 남기로
정부의 적극 지원으로 다소 안정을 되찾는 과정에서 폭염을 이유로 영국 대표단이 철수 선언을 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이번 잼버리 참가국 중 가장 많은 4천400여명을 파견한 영국은 5일 야영장을 떠나 서울과 경기도 인근 숙박시설로 거처를 옮겼다.

청소년 등 1천400여명을 보낸 미국 또한 참가자 안전 문제를 들어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로 대원들을 옮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또한 야영장을 떠나기로 했고, 일부 유럽 국가도 다른 숙박시설의 수용 여부를 파악했다.

나머지 참가국은 대표단 회의를 열어 야영장에 남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 국가는 '한국 정부가 전면에 나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점'과 '야영장 상황이 차츰 개선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조기 퇴영 대열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참가국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했다.

여야는 전 정권과 현 정권에 대한 책임을 서로 물으며 잼버리 파행 사태에 대해 공방을 펼쳤다.

'반쪽 행사'로 끝난 새만금 세계잼버리…개최부터 조기 철수까지
◇ K팝 공연 연기…영내 불미스러운 사건도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6일 예정된 잼버리 메인 행사인 'K팝 콘서트'를 11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폭염에 지친 참가자들이 온열질환 등으로 건강에 위협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장소 또한 영내 공연장에서 4만2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옮기기로 했다.

청소년들이 모여 있는 야영장에서는 불미스러운 사건도 발생했다.

여성 샤워실에 외국인 남성 지도자가 들어왔지만, 조직위는 경미한 사안으로 여기고 이들을 분리 조치하지 않았다.

이에 반발한 한국스카우트연맹 소속 전북지역 스카우트 대원과 지도자 80여 명은 야영장을 떠났다.

경찰은 샤워장에 침입한 남성에게 '성적 목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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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카눈' 북상…모든 참가자 야영장 떠나기로
제6호 태풍 '카눈'의 경로가 당초 예상보다 서쪽으로 변경되면서 한반도를 관통할 것이라는 예보가 7일 나왔다.

잼버리 야영장도 태풍 영향권에 들어 참가자 안전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와 세계스카우트연맹은 대원들의 안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고, 결국 야영장에서 모두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본부장은 현지 프레스룸에서 '태풍 북상에 따른 비상 대피 계획 브리핑'을 열고 "태풍이 내습할 경우 전라북도가 영향권에 들게 돼 잼버리 영지 운영의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어제(6일) 대통령께서 정부 대책 마련을 지시해서 이 계획을 마련했다"면서 구체적 일정을 밝혔다.

참가자들은 이번 결정에 따라 8일 오전 10시부터 순차적으로 버스를 타고 야영장을 떠나 서울과 수도권 등 숙박시설로 거처를 옮길 예정이다.

전날 장소를 변경한 K팝 공연 또한 다른 장소에서 열린다.

대회 초기부터 여러 비판을 받아온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끝내 개최 장소에서 일정을 마무리하지 못하게 됐다.

'반쪽 행사'로 끝난 새만금 세계잼버리…개최부터 조기 철수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