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300t 넘는 폐기물 분해·분류…신호수도 뙤약볕에 '구슬땀'
"분리수거만 잘해도 수거·분류 업무에 큰 힘 돼"

"버려진 소파가 들어오면 목재와 플라스틱 부품, 스프링을 수작업으로 일일이 분해해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을 가려내야 해요.

아무리 더워도 꼭 해야 하는 일이죠."
[르포] 폐기물 더미 오가며 '땀 뻘뻘'…폭염 속 자원순환센터
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소재 수원시 자원순환센터 야적장에서 만난 근로자 김모(40) 씨는 안전모 밑으로 흐르는 땀을 연신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발 디딜 틈 없이 늘어선 소파 사이사이를 오가며 절단기로 소파 부품을 분해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벌겋게 상기된 얼굴의 김씨가 자리를 옮길 때마다 굵은 땀방울이 그의 목덜미를 타고 내려와 작업복 옷깃을 적셨다.

경기지역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전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지며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됐다.

수거 차량이 싣고 온 폐기물을 하역하면 곧바로 분해·분류하는 이곳의 작업 특성상 한여름에도 대부분의 근무는 야외 공간에서 이뤄진다.

작업 중에는 안전모 조끼, 두꺼운 안전화를 착용하고 목장갑을 껴야 해 근로자들의 체감 기온은 훨씬 높다.

김씨를 비롯한 일부 작업자들은 폐기물 운반 과정에서 일어나는 먼지와 악취를 막기 위해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있어 답답함이 더해 보였다.

[르포] 폐기물 더미 오가며 '땀 뻘뻘'…폭염 속 자원순환센터
수원시 자원순환센터에는 수원시에서 나오는 쓰레기 중 소각 대상인 것과 음식물 쓰레기를 제외한 재활용 쓰레기, 가구 등 생활 폐기물 20여 종이 들어온다.

민간 수거업체에서 종류별로 수거한 폐기물을 이곳에 옮겨두면, 수원도시공사 소속 근로자들이 다시 분류 또는 분해해 물품을 실으러 온 외부 폐기물 업체 차량에 넘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곳을 거쳐 가는 폐기물만 한 달에 320~350t에 달한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맺히는 날씨였지만, 이곳 근로자들은 철제 패널과 매트리스, 플라스틱, 목재, 유리병 등 폐기물 더미 속에서 분주히 오가며 분류 작업을 이어갔다.

비교적 작은 철제나 유리병 분류 작업을 맡은 이들은 쉴 새 없이 허리를 굽혔다 펴며 쓰레기를 골라냈고, 근처에서는 땀으로 머리카락이 흠뻑 젖은 수거업체 직원이 침대 매트리스를 옮기며 구슬땀을 흘렸다.

[르포] 폐기물 더미 오가며 '땀 뻘뻘'…폭염 속 자원순환센터
온종일 크고 작은 폐기물을 실은 작업 차량이 오가는 가운데 야적장 곳곳에서는 신호수들이 분주하게 수신호를 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뙤약볕 아래서 수신호를 마친 신호수들은 차량이 오가지 않는 틈을 타 근처에 설치된 파라솔 밑에서 휴식했다.

한 신호수는 뜨겁게 달아오른 아스팔트 바닥에 호스로 물을 뿌리며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신호수 김모(64) 씨는 "지게차, 화물차, 굴삭기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나가는 곳이라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신호수가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덥긴 하지만, 동료들 모두 더위에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알게 모르게 힘이 된다"고 했다.

야적장을 청소하거나, 설비를 점검하는 근로자들도 무더위 속 구슬땀을 흘리며 묵묵히 본분을 다하고 있었다.

자원순환센터 운영 주체인 수원도시공사 관계자는 "더운 여름철에는 '50분 근무, 10분 휴식' 등을 원칙으로 근로자들의 휴게 시간을 보장하고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보다 휴게 시간을 늘리는 등 유연하게 조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리수거가 제대로 돼 있지 않거나 스티로폼 등 수거품에 이물질이 묻어 있으면 별도로 골라내야 해 폐기물 수거업체나 자원순환센터 근로자들의 노동 강도가 더 높아진다"며 "시민들께서 무더위에 고생하시는 근로자들을 위해 분리수거에 신경 써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