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년 만에 빌보드 정상·쉽고 트렌디한 음악으로 국내외 시장 사로잡아
뉴진스 '신드롬급' 인기 비결은…걸크러시 대신 편안함
그룹 뉴진스가 데뷔 1년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르며 '신드롬' 급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K팝 걸그룹이 주로 당당함을 내세운 '걸크러시' 콘셉트로 사랑받았다면 뉴진스는 듣기 편안한 '이지 리스닝' 음악과 친근한 이미지를 내세우며 세계 팝 시장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다는 평을 받는다.

뉴진스가 지난 달 발매한 미니 2집 '겟 업'(Get Up)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1위로 진입에 성공했다.

뉴진스가 이 차트에 진입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차트 데뷔와 동시에 1위를 석권하게 됐다.

K팝 걸그룹이 이 차트 정상에 오른 건 지난해 9월 블랙핑크의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에 이어 두 번째다.

블랙핑크가 데뷔 6년 만에 K팝 걸그룹 최초로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르며 새 역사를 썼다면 뉴진스는 데뷔 1년 만에 초고속으로 그 뒤를 이으며 '괴물 신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는 타이틀곡 '슈퍼 샤이', 'ETA', '쿨 위드 유' 세 곡을 동시에 진입시키는 대기록을 세워 타이틀곡으로 무려 3곡을 내세운 과감한 전략도 성공했다.

'핫100'은 대부분의 미국 가수에게도 진입 자체가 큰 성과로 여겨질 만큼 경쟁이 치열한 차트다.

지금까지 여기에 3곡 이상을 동시에 진입시킨 K팝 가수는 방탄소년단(BTS)과 뉴진스뿐이다.

뉴진스 '신드롬급' 인기 비결은…걸크러시 대신 편안함
그간 걸그룹은 보이그룹에 비해 팬덤의 규모와 결집력이 작아 빌보드 차트 최상위권 진입이 어렵다고 여겨졌다.

최근 15년간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른 여성 그룹 가수는 국내외를 통틀어 블랙핑크와 뉴진스가 전부일 정도다.

뉴진스는 데뷔 초부터 팬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모습으로 팬덤 규모를 키웠다.

동시에 듣기 편하면서 트렌디한 음악으로 기존 K팝 팬 뿐 아니라 일반 대중의 귀까지 사로잡으며 이 같은 한계를 넘어섰다.

특히 블랙핑크의 세계적 성공 이후 '걸크러시'가 K팝 걸그룹 음악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은 최근의 흐름과 달리 뉴진스는 부드럽고 편안한 노래와 퍼포먼스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그간 해외에서 K팝이 주로 과격하거나 화려한 퍼포먼스·음악으로 여겨졌는데 뉴진스의 음악은 그와 반대로 가고 있다"며 "마치 미국의 솔로 팝 가수가 할 법한 음악을 K팝 스타일로 다듬은 것이 뉴진스 음악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뉴진스 '신드롬급' 인기 비결은…걸크러시 대신 편안함
다소 방대한 세계관과 이야기를 결합한 음악이 K팝 추세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며 여기에 피로감을 느끼던 대중에게도 뉴진스는 쉽고 편안한 음악으로 일상에 스며들었다.

이번 미니 2집 '겟 업'에서는 미국의 인기 애니메이션 '파워퍼프 걸'과 협업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청자들의 향수까지도 자극하며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데 성공했다.

의상과 뮤직비디오에서는 '복고'(레트로) 이미지로 향수를 자극했지만, 음악은 최신 팝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반영하며 1020 세대의 호응을 얻는 데도 성공했다.

뉴진스의 음악은 UK 개라지, 저지 클럽 등 최근 팝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를 활용하고 있고 3분 미만의 짧은 길이로 틱톡 등 숏폼 플랫폼에도 이질감 없이 녹아들고 있다.

김도헌 평론가는 "다른 K팝에 비해 뉴진스의 음악은 범용성이 넓다"며 "숏폼 플랫폼에서 지금 가장 유행하는 음악 장르를 소화하며 최근 주요 스트리밍 수요층으로 떠오른 MZ 세대의 취향에 부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