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구조물 지정시 건축 전 과정서 관리 강화…무량판 구조계산 오류 등 드러나
"불필요한 규제 강화" 불만 목소리도…건축 비용 부담 증가 우려
정부, '철근 누락' 무량판 특수구조물 지정 검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공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무량판 구조를 특수구조 건축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건축법상 특수구조 건축물로 지정되면 설계, 시공, 감리 등 건축 전 과정에서 관리가 강화되고 구조 심의가 의무화된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4월 일어난 인천 검단 LH 아파트의 무량판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무량판 구조를 특수구조물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수구조물은 구조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건축 기준, 절차를 강화한 건축물을 뜻한다.

국토부는 2014년 경주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대학생 10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특수구조건축물 관리를 강화했다.

특수구조물은 구조기술사가 설계와 감리 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인천 검단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건설사고조사위원회(위원장 홍건호 호서대 교수)도 지난달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특수구조 건축물에 무량판 구조를 추가해 심의 절차를 강화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정부, '철근 누락' 무량판 특수구조물 지정 검토
수평 기둥인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콘크리트 판)를 지탱하는 무량판 구조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무게를 제대로 버틸 수 있는지 구조 안전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무량판 구조를 사용한 지하주차장 기둥에서 철근이 빠진 LH 15개 단지 중 10개 단지는 구조 계산을 잘못했거나, 구조 계산 결과를 설계 도면에 제대로 옮기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 계산은 건물에 가해지는 하중을 계산해 철근 양과 두께, 위치, 콘크리트 강도를 결정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다.

구조기술사가 구조계산서를 작성하면 설계사는 이를 넘겨받아 설계 도면을 그린다.

시공사는 설계 도면을 보고 시공하며, 감리는 시공사가 도면대로 시공하는지 감독한다.

구조 계산부터 설계, 시공, 감리까지 물 흐르듯 이어지고, 첫 단추를 잘못 끼웠더라도 다음 단계에서 발견해 바로 잡아야 부실 없는 건물을 완공할 수 있는데 각 단계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총체적 부실이 발생한 것이다.

무량판을 특수구조물로 지정하면 구조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설계와 공사 현장 검사에 참여하게 된다.

정부, '철근 누락' 무량판 특수구조물 지정 검토
그러나 일각에선 무량판이 복잡하고 특수한 구조가 아닌데, 특수구조물로 정하면 비용이 늘어 규제를 불필요하게 강화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검사 횟수와 감리 인원 증가에 따른 비용은 발주자가 부담하게 된다.

정부로선 안전 관리를 강화하면서, 건설산업의 비효율도 고려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전문가들은 설계, 시공, 감리 등 건설기술자들이 단절된 상태로 일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지금 시스템은 구조기술자가 건축사에게 구조계산을 넘겨주면 끝이고, 건축사는 이를 토대로 구조 도면을 그려 현장에 넘겨주면 끝"이라며 "시공사는 당초 설계가 제대로 됐는지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공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해외 수주 현장에서 부실 공사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제도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설계, 시공, 감리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문제 없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협력관계가 되도록 제도 보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