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부르키나파소·기니, 서아프리카기구 대응에 반대 천명
미 국무부 당국자 "니제르 군부 장악 되돌리기 쉽지 않을 듯"
'쿠데타 벨트' 국가들 "니제르 외국군 개입, 선전포고로 간주"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발생한 쿠데타 사태가 주변 아프리카 국가 간 갈등으로 번지며 역내 긴장이 커지고 있다.

서아프리카 국가 연합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가 군대 동원을 언급하며 쿠데타를 일으킨 니제르 군부를 압박하자 이른바 '쿠데타 벨트'에 포함되는 니제르 이웃 국가인 말리와 부르키나파소가 니제르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자신들에 대한 전쟁 선포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AFP 통신에 따르면 말리와 부르키나파소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축출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복귀시키기 위한 니제르에 대한 어떠한 군사적 개입도 "우리 두 나라에 대한 전쟁 선포나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두 나라는 "니제르에 대한 군사적 개입의 끔찍한 결과가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니제르 국민과 당국에 대한 불법적이고 비인도적인 제재를 적용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인 지난달 30일 서아프리카 15개 국가가 참여하는 ECOWAS는 일주일 안에 헌정 질서를 회복하지 않으면 군대를 동원할 수도 있다며 니제르 군부를 압박했다.

쿠데타 지도부에 대한 경제제재 및 여행 제한 조치도 결의했다.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의 인접국인 기니도 별도의 성명을 통해 "군사 개입을 포함해 ECOWAS가 권고한 제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불법적이고 비인도적인 이러한 제재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ECOWAS에 입장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니제르에서는 지난달 26일 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쿠데타를 주도한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대통령 경호실장은 바줌 대통령을 억류하고 스스로를 국가 원수로 천명했다.

'쿠데타 벨트' 국가들 "니제르 외국군 개입, 선전포고로 간주"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기니 세 나라는 최근 몇 년 새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아프리카 사헬 지역(사하라 사막 남쪽 주변) 국가들이다.

이들 세 나라를 비롯해 수단, 차드 등 사헬 지역의 여러 국가에서는 잇따라 군부 세력이 무력으로 권력을 장악했다.

여기에 민주 정부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듯했던 니제르에서도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이 지역에 '쿠데타 벨트'가 완성되며 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고위 당국자는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니제르의 상황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당국자는 "미국의 목표는 군부 장악을 되돌리려는 ECOWAS의 노력을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군부 장악을 되돌리기에는 기회가 적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외교·군사적 입장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복원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이 지역을 도울 수 있는지, 니제르인들이 이것(군부 장악)을 되돌릴지와 관련해 우리의 입장은 앞으로 며칠, 일주일 동안 일어날 일에 달렸다"고 말했다.

니제르를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니제르를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에 맞선 대테러전 거점으로 삼아왔다.

니제르에 주둔 중인 미군은 약 1천100명으로 두 곳의 기지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태세 변경과 관련한 발표가 없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연합뉴스